헌법재판소(헌재)는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특히 위헌법률심사권을 통해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경우 이를 무효화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헌재는 이러한 기능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하며 신뢰를 쌓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비상계엄에 따른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헌재의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배경에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최고의 사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재판관들의 편파적인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헌재소장 대행을 포함한 일부 재판관들이 특정 이념 성향을 가진 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더욱이 일부 재판관들은 SNS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드러냈고, 그 가족이 탄핵 찬성 활동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회피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헌재가 이러한 논란을 방치한다면 국민적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다.
탄핵심판은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사안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헌재는 오직 헌법과 법리에 따라 신중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탄핵심판은 3심제를 보장하는 일반 법원의 재판과 달리 단 한 번의 심판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그만큼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헌재가 '신속 처리'라는 명분 아래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심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속된 대통령이 주 2회씩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일정은 변론 준비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한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개선을 권고했으나, 일부 위원들은 "방어권 보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므로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피고인의 지위와 상관없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다. 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마치 중국 문화혁명 시기의 인민재판을 연상케 하여 모골이 송연하다. 자신이 재판을 받아도 방어권이 필요 없다고 할 것인가.
헌재는 탄핵심판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하며, 이에 따라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즉,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거치지 않는 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 이는 조서가 얼마든지 왜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련된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무시한 채 수사기록을 주요 증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법을 위반하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의 기록을 송부받아 탄핵심판에 활용함으로써 심판을 무리하게 빨리 종결하려고 한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는 재판에서 일반 잡범들에게도 적용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탄핵심판의 결론이 무엇이든,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만 국민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헌재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헌법적 절차 준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존속할 수 있고, 대한민국도 번영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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