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서 금기 깨는 수녀 역…연기 위해 6개월간 흡연 연습도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는 이젠 못 할 것 같아요. (대중이) 그걸 저에게 기대하지도 않으실 거고요. 이제 그런 장르는 후배들이 하셔야죠, 하하."
영화 '검은 수녀들' 주연 배우 송혜교가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멜로보다는 장르물에 눈길이 더 가게 됐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권혁재 감독의 '검은 수녀들'은 악령에 쓰인 소년을 구하기 위해 구마(마귀를 내쫓음) 의식을 벌이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물이다. 송혜교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희생하는 데 망설임 또한 없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에 출연한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송혜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계기로 장르 연기가 재미있어졌다"면서 "상대역마다 제 연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연기에 도전하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다"고 떠올렸다.
"이전에 거의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해왔잖아요. (작품 속) 제 모습이 지겹더라고요. '나도 내 모습이 지겨운데 보는 사람은 오죽할까'. 계속 이러다 보면 제 연기에 재미도 못 느끼고 기대감도 없어질 것 같았어요. 그때 마침 만난 게 '더 글로리'였습니다."
'검은 수녀들'에서도 송혜교는 목표를 위해 직진하는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높은 지위의 사제들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사람들이 없는 곳에선 베일을 벗은 채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구마 의식에서는 악귀를 꾸짖으며 몸에서 나가라고 엄히 명한다.
송혜교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했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주변 수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6개월간 담배를 피우는 연습도 했다고 한다.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장르지만 공포보다는 캐릭터와 서사를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수녀의 구마를 엄격히 금하는 가톨릭의 교리를 깨고 유니아와 미카엘라(전여빈 분)가 힘을 합쳐 소년을 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송혜교는 "두 여자의 연대에 너무나 끌렸다"며 "가장 힘없고 여린 두 여성이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고 시나리오를 읽은 당시를 회상했다.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다 하면서까지 달려 나가잖아요. 만약 저라면 가족도 아닌, 나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아이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저와는 달리 그런 선택을 하는 유니아의 신념과 대담함에 이끌렸습니다."
유니아와 미카엘라가 두 축이 돼 영화를 이끄는 만큼, 송혜교와 전여빈의 호흡은 무척 중요했다. 두 사람은 작품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공통 지인이 있었던 덕에 '검은 수녀들' 촬영 동안 어려움 없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
"연기하는 동안만큼은 선배도, 후배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송혜교는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쾌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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