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구미] <15> 구미산단, 첨단·방산산업기지로 변신

입력 2025-01-23 13:30:00 수정 2025-01-23 18:38:23

'경제의 심장' 구미국가산단…K-방산·첨단 산업으로 계속 뛴다
1969년 조성 시작한 국가산단 1단지…삼성·LG 입주 '전자산업 메카' 명성
이후 대기업 떠난 자리에 신산업 유치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옛 금성사 흑백TV공장에 서 있는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옛 금성사 흑백TV공장에 서 있는 '박정희 소나무'.경북도 보호수이다.

◆ '별들의 전쟁'시대는 끝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핵심 대기업은 LG와 삼성이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등 구미를 떠나자 구미시민들은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공단이 조성된 지 50여년이 지난 지금 구미공단에는 전자산업 외에도 첨단소재산업과 방위산업 등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이 구미국가산단에 자리 잡았다.

1969년부터 조성, 1972년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70~80년대 구미공단을 '주름잡던' 대기업은 삼성과 LG 두 글로벌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 구미공단을 대표하던 터줏대감 삼성과 LG(금성)라는 '별들의 전쟁'시대는 끝이 났다.

1970년 구미공업단지를 시찰하는 박정희 대통령
1970년 구미공업단지를 시찰하는 박정희 대통령

2008년 수도권규제정책이 완화되면서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로 이전하고 삼성전자의 휴대폰생산기지도 베트남 등 해외로 옮겨가면서 대한민국 전자산업 메카로 명성을 날리던 구미공단은 쇠락하는 듯 했다. 그러나 구미는 좌절하지 않았다.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해서 새로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5단지'를 '하이테크밸리'로 조성하는 등 변신에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매몰돼 좌절하지 않고 신산업 생산기지로 재탄생한 구미국가산단이다.

이어 2022년 12월 정부가 반도체·2차 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를 공모한 결과 구미는 반도체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구미는 LG이노텍과 SK실트론·삼성SDI 등의 대기업이 있어 반도체소재와 부품산업 단지로 선정될 수 있었다. 하이테크밸리로 조성되고 있는 5단지에 반도체특화단지가 조성되면 반도체신화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미 LG BCM(LG화학 자회사)과 탄소섬유 세계 1위업체인 일본 도레이도 이곳에 입주했다.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생산시설에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Ⅰ'을 양산하고 있는 모습. LIG넥스원 제공.

◆ K-방산,구미산단 대표 기업으로 성장

'한국도레이'는 1963년 섬유공장을 설립한 뒤 탄소섬유라는 핵심소재분야에 투자를 지속해왔고 구미공장에 '아라미드' 섬유와 폴리에스터 필름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구미에 투자한 최대 외투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구미는 '방위산업혁신클러스터'로도 지정돼 국방 분야의 5대 신산업 분야인 ▷우주 ▷드론 ▷AI ▷반도체 ▷로봇 등 방산 생태계도 구축돼있다. 이미 'LIG 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 K-방산의 대표 방산기업이 구미산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K-9자주포 ,K2전차, 차세대다연장로켓 '천무' 국산전투기 'FA-50'은 물론이고 중거리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등은 세계방산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수출러브콜을 받고 있는 국산무기들이다.

이런 국산방산무기들 중 상당수가 구미에 입주한 방산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방위산업부품연구원'마저 구미에 들어선다면 구미는 대한민국 '방위산업 인큐베이팅 도시'가 될 수 있다.방위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효자기업이다. LIG넥스원 구미공장에는 1,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천궁Ⅱ(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비롯, 현궁(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비궁(지대함 유도무기) 등의 유도무기를 주로 생산하고 각종 어뢰와 해양소나 감시체계 등도 생산한다. 특히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의 주요 구성품을 생산하면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중심지로 각인되고 있다.

구미에서 생산된 초기 브라운관 TV.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구미에서 생산된 초기 브라운관 TV. 박정희대통령기념관

◆구미는 최고의 복지산업도시

흔히들 양질의 '일자리'제공이 최고의 복지정책으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구미는 대한민국 최고의 '복지도시'의 위상을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이 투자를 계속하면서 구미의 양대산업이었던 전자·섬유산업을 넘어 반도체특화단지 그리고 방위·우주산업 등 신산업기지를 구축하면서 구미는 확고하게 대한민국의 산업심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 외에도 3천여 협력업체가 입주한 구미산단에는 여전히 2200여 업체가 정상 가동되고 있다.

구미1공단 전경
구미1공단 전경

삼성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막바지인 2022년 2월 베트남에 이전했던 스마트폰 생산라인 일부를 구미로 '재이전'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당시 베트남 협력사에서 쓰던 폴더블 스마트폰과 갤럭시S 시리즈 등 고급스마트폰 부품 생산라인 2대를 구미 지역 협력사로 옮겼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제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한 후 구미 공장 생산라인을 확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삼성전자 측이 이 구미이전을 해외생산기지의 본격적인 리쇼어링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미에 있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와 기술연구소 등이 2018년 수원 본사로 이전한 이후 삼성전자 일부 생산라인의 구미 회귀는 구미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구미 5국가산업단지 전경
구미 5국가산업단지 전경

이처럼 구미는 산업단지가 집적된 대한민국 최고의 공업도시다. 196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1단지에서 '하이테크밸리'로 조성중인 5단지까지 구미국가산업단지는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핵심 산업단지의 하나로 성장했다.

구미와 같은 '국가산업단지'(Industrial Park)는 흩어져 있는 산업 핵심 인프라를 한데 통합한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1961년 시행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계기로,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기 시작한 1964년 구로공단이 대한민국 1호 산업단지로 출범한 이후 구미와 창원 등 산업단지가 속속 조성되면서 2025년 현재 전국에 37개의 국가산업단지가 대한민국의 경제의 대동맥으로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구미2공단전경
구미2공단전경

◆구미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율이 1%대로 떨어지리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2025년 수출은 7,000억 달러를 돌파하리라는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물론 21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 변화와 탄핵정국의 악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한국경제는 견고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출지향 경제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수출총액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정치 불안에도 불구하고 6.838억 달러로 전년도 6,322억 달러보다 8.2%나 증가했다.그중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지난해 수출은 3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285억 달러, 올해는 3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북 전체 수출의 절반을 구미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미는 대한민국의 핵심기지이자 경상북도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1년 코오롱준공식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
1971년 코오롱준공식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

수출중심의 구미 국가산엄단지는 1공단에 이어 1977~1981년 구미2공단을 조성했고 이어 1987~1995년에 3공단을,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구미4공단을 조성하는 데 성공,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내륙공업기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구미국가산업단지는 다른 산단과 달리 한꺼번에 전체 산단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50여년에 걸쳐 전자산업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그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1공단이 주로 섬유산업의 비중이 높았다면 2,3공단은 전자업종의 대기업과 관련 중소기업이 주로 입주했고 4공단은 첨단 전자분야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5공단은 혁신클러스터로 조성되고 있어 구미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가난한 농업국가를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첨단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주도 압축성장정책의 결실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라는 집적된 인프라 조성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서명수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