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탄핵 난사에 '최고 의사결정기구' 연상시키는 헌재

입력 2025-01-09 17:22:37 수정 2025-01-09 20:14:47

대행 난무하는 국무회의, 행정부 무력화 시도 멈춰세워야… 
與 "한 총리 탄핵 의결정족수만이라도 어서 판단해 달라"

김형두 헌법재판관(오른쪽)과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두 헌법재판관(오른쪽)과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부를 장악한 거야(巨野)의 탄핵 난사로 헌법재판소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된 듯한 모습이다. 행정부의 수반을 비롯한 국무위원 상당수가 헌재의 판단에 명운을 걸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줄탄핵'으로 대표되는 야당의 행정부 무력화 시도에 사법부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탄핵소추권을 '전가의 보도'(가보로 내려오는 명검) 마냥 휘두르는 야당의 폭주 앞에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소'가 됐다. 헌정사상 탄핵 심판은 16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여 만에 이 중 13건이 나왔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물어 2023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한 것을 필두로 같은해 안동완 검사,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를 탄핵소추했다. 지난해에는 8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12월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조상원 차장검사, 최재훈 부장검사, 박성재 법무부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도 탄핵소추됐다.

줄탄핵 끝에 현재 정부 국무회의 구성원은 전체 21명 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해 15명에 불과하다. 권한대행, 직무대행 등이 난무하는 행정부에서 중요한 정책적, 정치적 결정이 어려운 점은 이미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직무가 정지되는 점에 대한 원성도 높다.

행정부가 사실상 초토화된 사이 헌법재판소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심판은 10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를 비롯한 각종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 헌법 소원도 헌재에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지탱해 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입법 독재의 길을 가는 야당을 헌재가 멈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여당 의원은 "최소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한 판단은 헌재가 최대한 빨리 해줘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국정 난맥상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