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민 모두와 함께 주님의 성탄을 기뻐합니다. 특별히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 매일의 삶을 굳건히 살아가시는 대구 경북의 시민과 도민 여러분들과 더불어 주님의 성탄을 또한 기뻐합니다.
지난 1년 우리 사회는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애써 견뎌왔습니다. 저마다 지닌 가치관과 저마다 갈망하는 자신의 이익에 따른 정치·경제적 극한 대립의 시간 또한 우리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2월 3일,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총을 든 군인들로 위협을 받는 시대착오적 사태까지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비상 계엄령으로 여야,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온 국민이 충격과 공분에 휩싸였고, 우리 사회는 그 상흔으로 여전히 아파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정치 역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시고, 사람의 가치를 귀히 여기는 주님의 삶과 닮아야 합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서의 정치는 위정자들의 이익을 위한 정쟁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을 향한 봉사여야 합니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현대사의 아픔이 아직 우리 뇌리에 남아 있음에도 봉사의 정치가 폭력의 도구로 또 한 번 훼손된 오늘, 우리는 진지하게 주님이 이 세상에 오신 육화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성탄의 밤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천사의 인사말을 듣게 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정쟁과 계엄으로 얼룩진 지난 대림의 시간이 성탄의 밤에 울려 퍼지는 천사의 기쁜 소식으로 치유와 위로, 그리고 희망을 향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교구민, 나아가 대구 경북의 시민과 도민 여러분들 한가운데 우리의 주님이 오셨습니다. 지난 시간 우리가 지켜 온 사람을 위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우리 곁에 오신 주님과 함께 두려움 없이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길 희망합니다. 우리 모두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그 누구도 그 사랑을 빼앗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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