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위키드 한국 초연부터 무대에…195회 소화
"출산 후 노래 걱정됐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노래 나와"
배우 박혜나에게 뮤지컬 '위키드'는 무대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는 2013년 '위키드' 한국 초연 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인공인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을 따내며 대극장 뮤지컬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팬들로부터 '엘파박'으로 불릴 만큼 호평을 얻어 재연에도 참여했고, 국내에서 가장 여러 차례 엘파바 역을 소화한 배우(195회)로 기록됐다.
박혜나가 할리우드 영화 '위키드'의 한국어 더빙판에서 엘파바의 목소리를 연기한다는 소식은 뮤지컬 팬들을 설레게 했다. 무대인사가 있는 회차에 관객이 몰리고 더빙판으로는 이례적으로 특수관인 아이맥스(IMAX)관도 성황을 이뤘다.
박혜나는 지난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더빙판을 통해 에리보와 자신이 어우러진 듯한 새로운 엘파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원어 배우인 신시아 에리보처럼 연기하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저만의 엘파바 또한 녹아 있더라고요. '위키드' 더빙판에선 제가 엘파바로 살아온 시간만큼, 잘 익은 묵은지 같은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배급사 유니버설 픽처스로부터 더빙을 제안받고 출산을 불과 며칠 앞둔 상태에서 샘플을 녹음했다. 정식 녹음은 딸을 낳은 직후에 이뤄졌지만, 어렵기로 유명한 대표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를 비롯한 곡들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몸이어서 (노래를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요. '혹시 이러다 계약 위반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하하. 그런데 정말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왔어요. 그동안 열심히 해놓은 게 제 몸에 쌓여 있었나 봐요."
에리보가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한 점을 고려해 박혜나 역시 녹음실에서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노래를 불렀다. 에리보의 호흡과 최대한 비슷하게 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그는 앞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013)과 '겨울왕국 2'(2019)에서 엘사 역을 소화하며 더빙 배우로 데뷔했다. 두 작품에선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만을 담당했지만, '위키드'에서는 대사 연기까지 맡았다.
박혜나는 "최대한 살아 있게, 기계처럼 느껴지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며 "(대사까지 처리해야 해) 두렵기도 했지만, 그간의 경험 덕에 잘 표현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는 초록색인 피부 때문에 차별받고 자란 엘파바가 마법 학교에 입학해 절친한 친구 글린다를 만나고, 마법의 힘을 깨우치는 원작 내용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캐릭터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뮤지컬에서 엘파바는 본능적이고 감정이 폭발하는 사람이에요. 반면 영화에선 감정을 쌓아두는, 이성적인 인물로 묘사되더라고요. 아픔과 슬픔이 있지만 피해의식은 없고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 같았어요. 이를 위해 목소리를 '톤 다운'해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위키드'는 개봉 약 2주 만에 북미에서 3억2천만달러(약 4천600억원)의 티켓 수익을 올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박혜나는 '위키드'가 지닌 강점으로 '서사의 힘'을 들면서 "성인이 읽어야 하는 동화책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눈과 귀를 열고 잘 판단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뮤지컬입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지요. 강자가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장면은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무서운 팩트'에요. 그런 점에서 엘파바는 마녀가 아니고 전사로 보여요. 그가 힘을 내서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맨몸으로 총칼과 탱크에 맞선 역사를 떠올리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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