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못 살겠어, 죽게 해줘"…뇌종양 아내 부탁에 농약 먹인 남편

입력 2024-11-30 10:18:24

춘천지법, 촉탁살인 혐의 70대 남성에 징역형 집유
아내 뇌종양 판정 받고 삶 비관, 동반 극단적 선택 결심
아내 고통 심해지자 "죽게 해달라" 부탁

노화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노화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뇌종양에 걸린 아내의 부탁으로, 아내에게 농약을 먹여 숨지게 한 70대 남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는 지난 28일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7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5월 8일 A씨는 "죽게 해달라"는 아내 B(72)씨의 요청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하고 B씨에게 살충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촉탁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2017년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시력이 지속해서 떨어졌다. 그러다 2022년쯤에는 넘어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2023년 12월부터는 스스로 움직이는 일조차 힘들어지면서 A씨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B씨는 2024년 5월 7일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됐다.

이후 부부는 삶을 비관했으며 결국 함께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또 자녀에게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이튿달 건강 악화로 극심한 고통을 느낀 B씨는 A씨에게 "여보, 나 있잖아. 이대로 못 살아. 농약 좀 갖고 와. 먹고 죽게. 죽게 해줘"라고 부탁했다.

A씨는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요청에 따라 농업용 살충제를 들고 와 먼저 일부를 마신 뒤 남은 일부를 B씨에게 먹였다. 하지만 B씨만 약독물 중독으로 숨지게 됐다.

결국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도 형의 집행을 5년간 유예하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탁받고 범행했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44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피해자가 뇌종양 등으로 신체적 고통이 극심한 상태에서 살해해 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도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자녀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살충제를 마신 후유증 등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