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 등 피해회복 노력 고려…원심보다 낮은 징역 3년 2개월 선고
데이트 폭력을 호소해온 20대 여성이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지는데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는 전 남자친구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22일 부산지법 형사항소 3-3부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뒤 징역 3년 2개월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이 현행 양형 기준에 따라 권고형 범위를 넘는 형을 정한 것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근거로 문제없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아 이 부분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적절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만남과 결별이 반복되며 다툼의 수위가 높아졌고 서로 다투는 중에 죽음을 언급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했다"며 "피해자 집 앞에서 13시간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과 지인들은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엄벌을 탄원해 피고인은 죄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 사망에 대해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 수사로 처리돼야 하고 판결에 그 책임을 더할 경우 헌법이 정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지속해 반성 의사를 표시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집을 찾아가 10시간 넘게 문을 두드리거나 "죽겠다"고 협박하면서 유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등 스토킹 범행을 저질렀다.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신체적 위협과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월 7일 새벽 다른 남성을 만나는 여자친구에 앙심을 품고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여자친구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A씨는 여자친구 사망 당시 유일한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였다.
유족은 사고 당일 A씨 행위가 피해자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1심은 특수협박과 퇴거불응,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모두 포함한 권고형의 최대인 징역 3년 9개월보다 낮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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