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100m 가량 떨어진 곳…공사 착수했다가 뒤늦게 심의
대구시 문화유산위원회 이달 8일 원안 가결
동구청 "업무 미숙으로 발생"
대구 동구청이 국가유산이자 대구시 지정 기념물인 '신숭겸 장군 유적지' 보호구역에서 시 지자체 심의를 건너 뛴 채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1일 방문한 동구 지묘동 신숭겸 장군 유적지 문화재보호구역. 이곳에는 신축 이동식화장실이 출입통제선에 둘러싸인 채 보름이 넘도록 방치돼 있었다. 동구청이 공사 마무리 단계에 와서야 대구시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진행한 사실을 인지하고 공사를 중단한 탓이다.
화장실 위치도 의문을 자아냈다. 이 화장실과 약 150m 떨어진 곳에 기존 화장실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대구시에 따르면 신숭겸 장군 유적지는 1982년 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돼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곳이다. 개발행위를 할 경우 국가유산청이나 지자체에 현상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공중화장실 공사가 이뤄진 곳은 문화재보호구역 중에서도 가장 보존 가치가 높은 '1구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구역에 해당하는 보호구역은 2, 3구역과 달리 보존 가치가 높아 어떠한 개발행위를 하더라도 시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문제는 동구청이 공사에 착수해 상수도 공사 등 후작업을 검토하는 단계가 돼서야 심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동구청은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지난달 28일 문화재 현상변경허가신청서를 대구시에 제출, 지난 8일에야 심의를 통과했다. 아직까지 중단된 공사는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 문화유산과는 공중화장실이 단층이고 유적지의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후 승인을 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만 건축물이 경관 훼손 등 문화재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규정에 따라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무허가로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업무 미숙으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빚어졌는데 추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며 "화장실은 후작업을 재개해 12월 초쯤 화장실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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