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불결·부정직·표리부동 반도인'…과연 현재 모습은?
자료 검색을 위해 오래 전에 발간된 이형근 장군의 회고록 '군번 1번의 외길 인생'(중앙일보사, 1994)을 읽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이형근 장군은 일정기에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와 일본 육사(56기)를 졸업하고, 일본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그는 포병 장교로 중국 전선에 투입되어 중국 대륙 북부에서 인도차이나 국경까지 누볐고, 대륙타통작전에도 참여하는 등 생사를 넘나들며 전투 경험을 쌓았다.
패전 직전 일본 육군성은 본토 결전을 준비하기 위해 육사 출신 정규 장교들을 일본 본토로 결집시켰다. 중국 전선에서 근무하던 이형근 장군도 1945년 2월 시즈오카 해안에 주둔한 야포병 제73연대 2중대장(대위)으로 전속되었다. 야포병 연대장 노즈에 가즈마루 대좌는 조선인 육사 출신 엘리트 장교인 이형근을 각별히 아껴 장교 집회 때는 반드시 이형근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고 한다.
◆일본 육군성이 분석한 조선 청년 기질
하루는 부대 내에서 연대장을 모시고 점심 식사를 했는데, 식사 후 연대 부관이 각 장교에게 인쇄물을 배포했다. 그것은 일본 육군성 회보의 사본으로, 1943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반도 출신 장정의 교육 훈련상 유의할 사항'이었다. 조선 청년들의 기질적 장단점을 분석하여 이들의 훈육 및 부대 적응을 돕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였다. 문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형근, '군번 1번의 외길 인생', 중앙일보사, 1994, 265쪽)
◇장점
▷유교 사상이 강해, 특히 나이 많은 어른을 존경한다. ▷체력이 강건하며 열악한 조건에 잘 적응한다.
◇단점
▷불결하며 목욕을 싫어한다. ▷허위가 많고 잘 속인다. ▷표리부동하며 진심을 알기 어렵다. ▷책임 관념이 희박하며 약속을 잘 어긴다. ▷표현이 침소봉대 식이어서 과장이 많다. ▷흥분하기 쉽고 특히 민족 감정이 예민하다. ▷성격이 거칠고 조잡하다.(중국인보다는 낫지만, 내지인(일본인)처럼 치밀하지 못하다) ▷반도 출신끼리 모이면 서로가 잘 싸우며 단결이 약하다. ▷전통적인 사대사상으로 강자에게는 약하나 약자에게는 흔히 가혹하다.
일본 육사 출신 엘리트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강했던 이형근은 이 문건 내용을 본 순간, 큰 충격과 함께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조선 청년들의 장점은 별로 없고 단점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관이 "내용을 낭독할까요?"라고 묻자 노즈에 연대장은 이를 만류하며 이렇게 훈시했다.
"내지인 중에도 반성할 점이 대단히 많다는 점을 잊지 말고 곧 입대할 반도 출신 장정들을 절대로 차별 대우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
일본 육군성이 이 자료를 일선 군부대에 배포한 이유는 조선 청년들의 대거 징집을 앞두고 원활한 지휘 통솔을 통해 전력 강화와 사고 방지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형근은 이 자료를 보며 한국인들이 불결하고 부정직하며 조잡하고 서로 자주 싸운다는 지적을 부당하다고 일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겸허하게 받아들여 민족성을 철저히 개선할 필요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조선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사실은 '하멜 표류기'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발견된다.
"코레시안(조선인)은 훔치고 거짓말하며 속이는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그렇게 믿을 만한 사람들은 되지 못합니다. 남을 속여 넘기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잘한 일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착하고 남의 말을 곧이듣기를 잘합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그들에게 우리 말을 믿게 할 수 있습니다."
◆이광수·안창호의 민족개조론
춘원 이광수는 나태하고 게으르고 공짜를 좋아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조선 사람들의 습성에 큰 절망감을 느껴 퇴영적 의식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민족개조를 외쳤다. 말로만 외친 것이 아니라 '개벽'이란 잡지(1922년 5월호)에 '민족개조론'이란 글을 발표했다. 이광수가 문제를 제기한 8개 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행실이 없도록 개조해야 한다. 둘째 공상(空想)과 공론(空論)을 버리고 옳다고 생각되는 것은 의무라고 간주, 즉각 실행해야 한다. 셋째, 표리부동함이 없이 의리를 지켜야 한다. 넷째, 겁나(怯懦·겁이 많고 나약함)를 버리고 옳은 일, 작정한 일이거든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나아가는 자가 되라. 다섯째, 사회적 공공의식과 봉사 정신을 함양하라. 여섯째, 1인 1기의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일곱째, 근검절약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여덟째, 생활환경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
이 글이 발표되자 흥분한 청년들이 칼을 들고 이광수 자택에 난입하여 난동을 부렸고, 출판사를 습격하여 집기를 부수는 소동이 일어났다. '예민한 민족 감정'의 폭발이었다.
도산 안창호도 '민족개조론'이란 글을 발표했는데 그도 역시 조선 민족이 개조해야 할 첫 과제로 '거짓말'을 꼽았다. 안창호는 "거짓은 불공대천의 원수다. 거짓말 잘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 입을 개조하여 참된 말을 하는 사람의 입으로 만들자"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일본 육군성이 분석한 한국인의 단점이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현재는 어느 정도나 극복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주거환경의 개선 덕분에 첫 번째 항목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머지 항목은 어느 정도나 개선되었을까?
2013년 세계보건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전체 범죄 중 사기 범죄 비중이 1위로 나타났다. 그해 검찰청이 공개한 우리나라 사기 사건은 27만4천86건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의 7.2배였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8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24만1천642건이다. 사기는 전체 범죄(182만4천876건)의 13.2%를 차지해 범죄 유형 중 1위를 기록했다. 특기할 점은 지난 10년 동안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20.3% 감소했지만 사기 범죄는 12.7%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사기의 본질은 온갖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범죄다. 가히 '사기 공화국'이라 불릴 만한 통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연 한국인은 80년 전보다 더 정직해졌고 약속을 잘 지키며, 성격은 원만해졌는가? 민족 감정은 극복되었고, 단결심은 강해졌는가? 사대사상은 극복했는가? 이런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더 큰 위기 온다…'위증교사' 재판에 쏠리는 눈
박근혜 전 대통령, 與 TK 중진들과 오찬…"잘 됐으면 좋겠다"
민주당, 선거비 434억 어떻게 갚을까…여의도 당사 매각해도 340억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서 TK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
'의원직 상실형' 이재명, 최종심까지 정국 혼돈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