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2명 예비소집학교서 시험 '수험표 미지참' 아버지가 전달
가족·친구·선후배 힘찬 응원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14일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시험장. 수능 한파 없이 비교적 따뜻했던 이날 학교 정문 앞은 점퍼나 바람막이 등 가벼운 차림새를 한 이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선생님과 후배들, 자원봉사차 나온 학부모였다.
시끌벅적한 교문 앞을 등지고 시험장 내부로 들어오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배웅하는 가족 앞에서 애써 웃던 수험생 얼굴에는 웃음기가 빠지고 긴장감이 가득했다.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수험표를 두고 오는 돌발 상황 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분주했던 수능날 아침 표정을 살폈다.
◆시험장 착각…수험표 깜빡
지나친 긴장 탓인지 매년 나온 수능날 아침 돌발 상황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이날 대구에서 실제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불상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적잖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수험생 2명은 예비소집학교를 실제 시험장으로 착각하고 전날 예비소집을 한 곳으로 향했다. 두 학생의 시험장은 각각 수성고와 남산고였지만 뒤늦게 이동하기에는 입실완료시각인 오전 8시 10분에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예비소집학교인 경북여고 예비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
수험표 등 준비물을 깜빡하는 아찔한 상황도 나왔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수능 관련 112 신고는 모두 15건. 이중 수송 요청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수험표 관련 4건, 시험장 착오 1건, 교통불편 2건 순이었다.
이날 달성고 시험장에서 만난 학부모 유희정(53) 씨는 "아들과 서로 수험표를 챙겼다고 생각해 실수를 저질렀다. 분명히 어젯밤 꼼꼼하게 체크했는데 가장 중요한 수험표를 잊었다"며 "이미 집에서 출발한 지 오래라 발만 동동 구르다가 다행히 아직 출근하기 전인 남편이 수험표를 챙겨 고사장으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간절한 응원'
수험생 응원전도 여느 해와 똑같이 간절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을 찾은 가족, 친구, 선후배들은 힘찬 응원과 아낌 없는 격려를 보냈다.
한 수험생은 양손에 어머니와 할머니 손을 꼭 잡은 채 대구여고 시험장 입구로 들어섰다. 할머니 이태이(61) 씨는 "시험 잘 치고 오라는 마음으로 아침에 따뜻한 물이랑 먹고 싶어하는 과일, 좋아하는 반찬을 챙겨줬다"며 "밤잠도 못 자고 그동안 고생한 손녀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에 울컥하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도 든다. 열심히 했으니까 잘하고 올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수능을 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는 이날 고사장 풍경이 자극제가 됐다. 달성고 2학년 윤상호(17) 군은 "쉬는 날이지만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아침부터 나와봤다"며 "긴장한 선배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떨린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응원을 뒤로하고 고사장에 들어온 수험생 대부분은 편한 차림새였다. 반팔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앞머리를 머리핀으로 고정하거나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모습이 적잖이 보였다.
편한 복장과는 별개로 고사장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학생들은 화장실에 출입할 때마다 긴장한 표정으로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았다.
수험생 정윤석(18)군은 "원래도 시험 때 긴장을 하는 편인데, 수능이 워낙 큰 시험이다보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지샜다. 아는 것만이라도 다 풀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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