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연출.
연극 형식을 도입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으로 제작돼
"종후야, 올라가자. 나랑 같이 밖으로 나가자."
잠수사들은 왜 물살이 거세기로 악명 높았던 그 바다에 자진해서 갔을까? 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던 깊은 바닷속으로, 자신을 잠수병의 위험에 내던지면서까지 내려갔을까? 최근엔 세월호 잠수사 한재명씨가 잠수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보상도 못 받은 채 이라크까지 건너가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국가적 참사의 수습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던 민간 잠수사들에게 지난 10년간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자신들의 생업마저 내팽개치고 참사 현장에 달려가 침몰한 배 안에서 희생자들을 한 명씩 직접 안고 나와야 했던 그들이 골괴사와 신부전증 등 고통스러운 잠수병 후유증에 시달릴 때, 국가와 사회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던가?
이러한 안타까움과 문제의식을 토대로, 세월호 잠수사들의 희생과 역경을 정면으로 조명한 최초의 장편 극영화 '바다호랑이'가 내년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잠수병 후유증으로 숨진 고(故) 김관홍 잠수사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2021년 '제 3회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장편 극영화 시나리오 부문 당선작으로, 사실감 넘치는 현장 묘사와 선명하고 감동적인 주제의식을 담은 완성도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가 원작이며, 연출은 '말아톤', '대립군' 등을 만든 정윤철 감독이 맡았다.
정윤철 감독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운데는 유가족 외에도 민간 잠수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말도 안 되는 책임을 강요 받았는지, 참사 수습 이후 국가가 또 그들을 어떻게 방치하고 대우했는지를 작품으로 만들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더 눈 여겨 볼 점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그 제작 방식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영화시장의 침체 등으로 대규모의 제작비 조달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정윤철 감독은 과감하게 연극적 형식을 도입해 오로지 실내 세트에서 저예산으로 촬영을 했고, 후반제작 과정에서 풍부한 효과음과 사운드를 넣어 관객이 실제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세월호 안에 들어가는 물 속 잠수 장면조차 오로지 배우의 마임 연기와 사운드 효과로 재현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대형극장에서 실시된 모니터링 시사회에 참가했던 관객들은 "이런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연극보다는 영화에 훨씬 가까웠고 감정이입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제작사측은 내년 상반기 개봉을 위해 1월부터 배급 및 홍보·마케팅 비용 조달을 위한 소셜 펀딩을 계획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4·16재단 박승렬 이사장은 "누구보다 전력을 다해 희생자 수습에 앞장섰던 고(故) 김관홍, 고(故) 한재명 잠수사의 넋을 기리고, 여전히 외롭고 척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동료 잠수사들이 지녔던 인간다움과 선의를 되돌아보고, 사회적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한편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에 대한 염원을 담아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과 시민 등의 참여로 2018년 5월 발족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월호 참사 추모사업, 피해자 지원사업, 청소년·청년 지원사업, 안전사회를 위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문화콘텐츠 공모전_영상 시나리오 공모'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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