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예고에 원·달러 환율 1,400원 턱밑
물가·금리 연쇄 상승 압박에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이 예고되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달러 강세에 환율이 오르면 물가,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원·달러 환율 1,420원까지 상승 전망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오전 2시 1,395.30원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주간 거래 종가가 1,386.4원으로 하루 새 10원 넘게 내렸다가 다시 1,400원 가까이 올라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개표가 시작된 지난 6일 장중 1,404.2원을 기록한 이후 1,39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정으로 달러 가치가 오른 영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내년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420원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환율 상승에 더해 10~20% 보편관세 부과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3.1%에서 점차 하락해 지난 9월(1.6%) 1%대에 진입한 상태다.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 재정, 고관세 정책으로 경기 회복세,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확정 이후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 9월 '빅컷'(0.50%p 금리 인하)에 이은 2회 연속 인하 결정이다.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차는 1.50%p로 줄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은 목표(2%)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책무의 양쪽 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통화정책 입장의 추가 재조정은 경제와 노동시장의 강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고, 선거 결과가 미칠 영향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 금리인하 기조 유지, 한은은 고심
증권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이라는 변수에도 연준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FOMC에서 추가 인하를 암묵적으로 시사한 만큼 금리를 중립 수준(3.50%)까지 낮추는 통화정책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내달 17~18일 FOMC에서 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하고, 내년 말까지 0.75~1.0%p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경제지표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내용은 중립적이었고 정치적 변수와 상관없이 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12월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는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와 불안정한 환율 상황은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빠르게 금리를 내릴 경우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이 유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했으나 국내 금융상황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므로 긴장을 놓지 않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미·중 정책기조 변화가 예상되므로 관련 영향을 면밀히 재점검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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