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가 한 가족…'유령 점포' 악용한 부정유통 수면 위로

입력 2024-10-28 17:38:47 수정 2024-10-28 19:56:23

대구 팔달신시장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국정감사에서도 지적
지난 8월에도 '가짜 점포' 부정유통 논란됐는데…방치해 논란 키워
상인들 "소상공인 살린다더니 현금깡 횡행, 법·제도 다시 만들어야"

지난 9월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점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팻말이 붙어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매일신문DB
지난 9월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점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팻말이 붙어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매일신문DB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 전국 1~3위 점포가 모두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팔달신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이 부정유통되고 있다는 의혹(매일신문 8월 6일 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28일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전국 총 매출 2천352억원 중 625억원(24.1%)이 대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대구보다 더 큰 서울(22%), 부산(14%), 경기(7%), 경남(6%) 지역의 매출 규모를 앞지른 셈이다.

문제는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에서 1~3위를 차지한 팔달신시장 점포의 소유주가 서로 가족 관계인 것으로 확인돼 부정유통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이 점포 3곳은 월 평균 192억원의 온누리상품권을 원대새마을금고에서 현금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진공은 이 점포들의 환전을 정지시키고 불법 여부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 "3개 업체는 불법 유통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이라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전문가와 함께, 또 국세청의 힘을 빌려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몇 달 전부터 경고음 울렸는데…방치된 사이 커진 '부정유통' 의혹

대구에서의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온누리상품권 운영방식 전반을 들여다보고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8월 대구에서는 북구 매천동 매천시장(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채소 도매업을 운영 중인 법인이 실제 거래는 매천시장에서 하고 팔달신시장엔 이른바 '가짜 점포'를 계약해 온누리상품권을 부정유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법인의 점포 등 현장을 조사했을 때 점포엔 장사한 흔적은 없었으며 가게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냉장고와 잡동사니 등이 전부였음에도 지난 2022년 기준 115억원의 연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법인은 이를 기준으로 온누리상품권 환전 한도를 상향했고, 매달 약 9억5천만원의 온누리상품권 환전이 가능해졌다.

대구는 최근 5년간 부정유통 금액 1위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오세희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적발 금액 539억원 중 대구에서만 모두 153억9천만원(28.6%)의 부정유통이 이뤄졌다. 이는 서울(66억3천만원)·경기(85억9천만원)·인천(32억1천만원) 등 수도권을 압도하는 금액이다.

◆상인들, "부정유통 싹 자르는 계기로 삼아야"

지역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정유통이 완전히 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불법이 만연한 탓에 선량한 전통시장 상인들이 피해를 봐왔다는 것이다.

약 10년 동안 전통시장에서 장사해왔다는 상인 A씨는 "암암리에 부정유통이 만연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며 "누군가 고소·고발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조사를 하는데 제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해서 단속하고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정현 칠성본시장 상인회장은 "정부에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소상공인들을 살리려고 예산을 투입해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는데 실제론 이른바 '현금깡'을 하는 세력들이 돈벌이로 활용하는 실정"이라며 "애초에 한 달에 수백억원 매출을 내는 점포를 상대로 환전을 해주는 것부터 잘못됐다. 법도, 규제도 처음부터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홍선 팔달신시장 상인회장은 "일부 점포들이 상인회를 거치지 않고도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 및 한도 증액이 가능하다는 맹점을 노리고 부정을 저질렀다"며 "이번 기회에 범법자를 모두 색출해 팔달신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