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삼성 라이온즈 결산] (하) '가을 야구'가 남긴 아쉬움과 다음 시즌 과제

입력 2024-10-30 12:30:23 수정 2024-10-30 18:12:24

삼성, 한국시리즈 1차전 비로 중단된 게 아쉬워
2연패 후 3차전서 반격했으나 4, 5차전서 패배
주축 줄부상으로 고전, 불펜 강화 필요성 절감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28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시며 시리즈를 끝낸 뒤 현수막을 펼쳐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28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시며 시리즈를 끝낸 뒤 현수막을 펼쳐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가 KBO 프로야구 2024시즌 선전을 거듭했으나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중과부적인 싸움에서 부상과 날씨 등 운마저 따라주지 않았다. 이번 '가을 야구' 과정을 복기하면서 보완해야 할 과제도 짚어봤다.

◆전력 열세 속 분전한 한국시리즈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할 만했다. 삼성은 28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나섰으나 5대7로 역전패했다. 이날 지면서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KIA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KIA 선수들과 광주 홈 팬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지난해 챔피언 LG 트윈스를 시리즈 전적 3대1로 제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는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 기다리고 있던 KIA. 시즌 팀 평균자책점(4.40)과 타율(0.301) 1위를 차지하는 등 투타에서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 투수 원태인.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 투수 원태인. 삼성 제공

일방적으로 밀릴 거란 예상이 적지 않은 대결. 삼성은 투지를 끌어올렸지만 21일 열린 1차전부터 악재를 맞았다. 에이스 원태인이 호투하고 김헌곤이 솔로 홈런을 치면서 1대0으로 앞선 6회. 삼성이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는데 경기가 중단됐다.

KBO는 빗줄기 속에 1차전을 강행했다. 그러다 비를 이유로 서스펜디드 게임(일시 중지 경기)을 선언했다. '흐름의 스포츠'라는 야구에서 이 결정은 삼성에 치명타가 됐다. 이튿날도 비가 왔고, 23일 이어진 1차전에서 삼성은 1대5로 역전패했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28일 광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와의 5차전 때 패색이 짙어지자 덕아웃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28일 광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와의 5차전 때 패색이 짙어지자 덕아웃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 제공

곧이어 열린 2차전도 3대8로 내줬다. 1선발 코너 시볼드, 공격의 핵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2연패해 사기가 더 크게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3차전은 4대2로 잡았다. 선발 데니 레예스의 호투에다 삼성 특유의 홈런포가 4방이나 터졌다.

4차전에선 2대9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에이스 원태인이 어깨 부상으로 조기 강판한 게 심리적으로 더 큰 타격이었다. 그래도 삼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5차전에서 홈런 3방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투수진의 힘이 부족, 끝내 5대7로 무릎을 꿇었다.

◆삼성이 얻은 것과 채울 것은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르윈 디아즈. 삼성 제공

삼성의 저항은 예상 외로 강했다. 어느 팀이 와도 대적하기 어려울 거라던 KIA를 상대로 한국시리즈에서 정면 대결했다. 5차전에서 디아즈의 연타석 2점 홈런과 김영웅의 솔로 홈런으로 5대0으로 앞설 때만 해도 6차전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커졌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다. 마운드가 버텨내질 못했다. 코너와 불펜 필승조 최지광이 부상으로 빠진 게 뼈아팠다. 플레이오프에서 공격을 이끌 구자욱이 다쳐 이후 뛰지 못한 것도 치명상이었다. 사실 시리즈가 더 진행됐어도 원태인을 잃어 버티기 버거웠다.

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거포 김영웅.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거포 김영웅. 삼성 제공

역부족이란 게 분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얻은 것도 적지 않다. '홈런 군단'이란 색깔을 팀에 입혔다. 정규 시즌 팀 홈런 1위(185개)답게 가을 야구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이재현, 김영웅, 김지찬 등 신예들이 주전으로 자리잡고 큰 경기 경험을 쌓은 것도 소득이다.

남은 과제도 재확인했다. KIA와의 대결에서 투수진, 특히 불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지난 겨울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으나 그것으론 부족했다. 최소 불펜 필승조 2, 3명이 더 필요하다. 구위가 떨어진 베테랑 오승환의 활용도도 고민해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불펜 오승환.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불펜 오승환. 삼성 제공

야수 쪽과 달리 투수 쪽에선 세대 교체가 더디다. 기대주를 잘 키워 활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지만 육성 부문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신예들이 성장할 동안 외부 수혈을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올 투수들은 KT 위즈의 엄상백, LG의 최원태, SSG 랜더스의 서진용, KIA의 장현식 등이다. 삼성은 구위가 좋고 젊은 불펜이 필요하다. 한데 구미에 딱 맞는 투수를 찾긴 쉽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5선발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니 선발 요원을 영입한 뒤 전체 투수진의 보직을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