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전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선수시절,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했다"

입력 2024-10-22 13:25:46 수정 2024-10-22 18:43:27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황영조 현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 초청 강연
'몬주익 언덕에 핀 정상의 꽃' 주제로 자신의 마라톤 인생 톺아보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몬주익 언덕에 핀 정상의 꽃'이란 주제로 아카데미 회원들을 만났다.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몬주익 언덕에 핀 정상의 꽃'이란 주제로 아카데미 회원들을 만났다.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지난 21일 오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몬주익 언덕에 핀 정상의 꽃'이란 주제로 아카데미 회원들을 만났다.

황 감독은 대한민국의 전(前) 마라톤 선수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에서 마라톤 종목 금메달리스트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금메달을 땄던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라톤 인생을 톺아봤다.

중학교 시절 사이클 선수였다는 그는 사이클은 장비가 고가라서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운동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운동의 가장 기본이었던 달리기를 매우 잘했다며 금전적 한계 때문에 사이클은 그만두고 달리기로 선회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1천500m 중장거리 육상 선수로 운동을 새롭게 시작했다. 황 감독은 "선수생활 때 너무 힘들어서 빨리 그만두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지옥이라고 서술할 수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이 고통을 멈추는 일은 운동을 그만두는 일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옥 같은 훈련 생활 중에서도 그는 훈련일지를 하루도 안 빠지고 쓰고 정리했다. 황 감독에 따르면 당시 마라톤에는 2시간 10분의 벽이 있었고, 이 기록을 깨는 선수가 한국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 기록을 깨겠다는 집념으로 매일매일 훈련을 거듭한 황 감독은 "2시간 10분이라는 벽을 깨면 세계적인 선수도 되고 1억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를 쓰고 운동했다"고 당시를 곱씹었다.

황 감독은 결국 그 기록을 2시간 8분대로 깼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부터 이미 한국 마라톤의 위상을 끌어올려 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운이 좋게도 그해 마침 올림픽이 있었다.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뛸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이기 때문에 좋은 훈련 컨디션 상태로 올림픽에 나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이미 예견돼 있었던 것.

그럼에도 자신이 '타고난 마라톤 선수'는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체격과 나이, 몸 컨디션까지 마라톤을 하기에는 모든 것이 불리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황 감독은 대회 참가 선수 중 자신의 나이가 가장 어렸다고 했다. 마라톤은 인내를 거듭하며 자신과 싸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내공이 필요한데, 그는 "내공을 갖추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마라톤을 시작할 나이가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외국 선수들과는 달리 키도 작아 신체적 조건도 유리하지 않았다. 심지어 족저근막염도 왔다.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이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는 고통이라는 주머니에 담아 준다"며 "열심히 준비하니 기회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요즘 젊은 세대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황 감독은 "마라톤은 자신과 싸우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헝그리 스포츠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의 젊은 선수들이 상당히 못 뛴다. 풍족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서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달라지지도 않는다"며 "선수들에게 '생각하고 뛰지 말고 생각할 거면 차라리 뛰면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의 의미는 건강과 행복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란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