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다시 용기내야 하는 이유

입력 2024-10-10 10:25:15

김미옥 수필가(대구보건대 교수)

김미옥 수필가
김미옥 수필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대학은 미처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거나 직장 업무에 치우쳐 특정 전공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신 교수법을 이용한 수업과 현장 적응이 가능한 실습은 물론 국가 면허증과 각종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있다. 이른바 지금은 도전할 기회다.

중장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배움은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어느 정도 삶을 영위해 본 사람은 그간의 체험을 통해 살아가는 영역을 더 넓히고자 한다.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 자신을 보다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삶으로 이끌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지식을 쌓으려는 바람은 분명 다른 세계를 향한 그들의 모험임에 분명하다.

대학가에는 성인학습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십대 젊은이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배우고 토론하고 실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지나온 삶이 어떻든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진지하게 질문을 이어간다. 더욱이 일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분은 그 필요성이 클수록 더욱 성실하게 학업에 임한다. 이미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다시 도전하는 경우도 많다. 삶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삼십대 P씨는 더 늦기 전에 전문 면허증을 취득해서 생활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다시 대학을 찾았다. 타 지역에서 등교하고 있는 E씨는 방과 후 활동을 지도하다가 전공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서 오십대에 대학을 선택했다. 올해 고희가 된 늦깎이 대학생 L씨는 어르신을 돌보는 단체를 운영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학급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물론 학생 간의 소통 부재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현명하게 처리하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이미 학위를 갖고 계시지만 배우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 역시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가장 먼저 하신 일이 글을 배운 것이다. 오남매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미뤘던 공부를 뒤늦게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무척 행복해 하셨다. 지금 어머니가 기거하는 거실에는 그때 배운 글로 처음 쓴 시를 큼지막한 액자 형태로 걸어뒀다. 손수 힘들여 쓴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진다. 지금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하루는 여전히 분주하다.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활동하고 또 배운다. 기억은 점점 더 옅어지고 있지만 배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삶은 일종의 모험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새로운 영역을 통제하려는 능력을 쌓고자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지금 꿈을 향해 도전하고 싶다면 다시 용기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