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2차전지 美中日 천문학적 투자…국가 지원책 시급

입력 2024-10-07 10:14:59

한경협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 비교' 보고서
중국에 주도권 뺏긴 디스플레이 산업 '반면교사' 삼아야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발표한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일본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와 2차전지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지원 수준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은 반도체와 2차전지를 국가전략사업으로 보고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칩스법 서명식에서 국가안보는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고 언급한 뒤 같은 해 10월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 조치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또 미국 반도체의 자존심인 인텔에 8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 투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천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또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목적으로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을 위해 63억달러의 보조금을 투입, 추가 지원 방안을 고려 중이다.

2차전지 분야를 살펴보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전기차 시장 보호로 대응 중이다. 뚜렷한 대표기업이 없는 미국은 IRA를 통해 부품의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된 경우 등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며 제조 공급망을 자국에 두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1990년 제8차 5개년 계획에 따라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에 2011년 설립 당시부터 지원하고 있고, 최근 보조금 지급 범위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로 확대했다. 일본도 2차전지 관련 도요타에 8억5천만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는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한경협의 지적이다.

실제 최근 2차전지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두를 달리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지난해 23.1%로 7.1%포인트(p) 떨어졌다.

특히 한경협은 다른 국가의 전략적 투자로 한국이 경쟁력을 잃은 디스플레이 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중국이 2012년부터 '전략적 7대 신성장산업' 중 하나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선정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이후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현재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도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과 투자 앞에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대표 LCD와 OLED 생산업체인 BOE에 4억2천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첨단산업의 가격경쟁력과 기술력 확보에는 보조금 정책이 효과적"이라며 "한국도 미국이 시행 중인 직접 환급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단일 조직에서 산업과 안보 정책을 추진 중인 것을 참고해 일원화된 경제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