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탑식 고딕 성당 옆 서원…120년 시간을 공존하다
현대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 공간 기능을 넘어서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문화적 역할과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이 건축의 작품성으로 인식하는 흐름이듯 세계의 도서관은 지식의 가치와 함께 건축가의 창의적 가치 또한 중요하게 표현하고 있다.
2023년 1월, 상하이 서가회 성당 앞마당에 세워진 도서관은 서원(書院)이라 말하고 있다. 도서관(圖書館)보다 서원(書院)이라는 명칭은 책과 학문에도 본질적이며 상하이 도시의 역사 문맥과도 관련하는 명칭이다. '서가회(쉬자후이)'는 근대 상하이의 지명이며 서양 천주교의 유입으로 세워진 첫 성당이 서가회 성당이다. 성당 앞마당에 새로운 문화 트랜드로 최근 세워진 도서관이 '서가회 서원(徐家淮書院)'이다.
◆상하이 핫 플레이스 도서관
2023년 1월 서가회 서원(徐家汇書院)이 개관하며 뜻밖에도 공공도서관이 상하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겨울비가 내리는 아침 일찍인데도 긴 줄을 기다려서 입장할 수 있었다. 3월, 설계자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프리츠크상 수상자로 발표되며 이 건축의 유명세가 더해졌다. 황포강변 '서안 미술관'으로 이곳에 명성이 알려져 있었고 건축가는 서울 용산 '아모레 퍼시픽'사옥을 설계했다.
'서가회 서원'은 지하 2층, 지상 3층, 800좌석의 연 면적 1만 8,650㎡ (6,000여평) 규모이며 도서 문헌, 전시강좌, 문화 판매, 관광 등 서비스를 일체화한 도심형 복합도서관이다. 상하이 도심 관광 핵심 위치성을 고려한 구 정부의 전략적 도서관으로 여겨진다. 120년 시간의 상하이 최초의 성당과 공존하고 있는 현대 도서관은 이 도시의 문화를 말하는 건축이었다.
◆서가회 천주성당
명나라의 과학자이자 지식인 서광계(徐光啓,1562~1633)는 일찍이 황무지였던 이 지역(서가회)에 터를 잡고 농업실험과 책을 저술하며 일가를 이루었다. 그 후손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번영하여 '서씨 가문이 모여 사는 거리' 서가회(徐家汇) 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유지하게 되었다. '서가회서원' 건물 이름도 서광계 후손의 글씨라 한다.
서광계와 후손들은 초기 상하이 천주 교구 활동의 초석 역할을 하였고 그의 묘와 기념관이 있는 '서광계 공원'과 '서가회 공원'이 인근에 있다. 서가회 구역은 상하이의 원도심 중심 4대 도시부 중 하나로서 근대 서구 문명이 유입하는 황포강 뱃길의 교두보였다. 따라서 상하이의 과거 현대 및 미래의 도시를 읽게 하는 장소와 건축들이 많이 있다.
상하이에 천주교를 전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 바오로 서광계는 상하이교구 시작과 발전의 초석이었다. 또한 조선의 최양업 신부가 서가회 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았고, 성 김대건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은 상하이 김가향 성당에는 '성 김대건 신부 기념경당' 있다.
지금의 성당 건축은 1910년 10월 완공된 중국 최초의 천주교 성당이자 서양식 건축이다. 프랑스 중세 쌍탑식 고딕건축 양식으로 대구 계산성당(1902년 완공)과 유사한 형태이나 큰 규모에 벽돌 디테일이 정교하며 내부 공간이 화려한 유럽 고딕양식에 가까운 건축이다. 종교활동이 금지되었던 문화혁명 10여 년간 창고 국가시설로 방치되었고 중국 최초의 공공 과학 기술 도서관이 이곳에 있었다. 주변의 건축들은 역사적 보호 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인근의 병원 건물은 과거 수녀원시설이었다.
◆도시의 건축 서가회서원
서가회서원 건축의 첫인상은 단순 간결함이다. 균일한 수직 요소의 백색 입면은 미니멀리즘의 추상적 이미지이다. 도시의 역사적 맥락(脈絡)과 차분한 문화적 요소를 중시하는 영국 건축가 치퍼필드는 이 건축에서도 우아한 신사적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번잡한 도시 대로변인데도 18m 낮은 건물 높이는 고딕양식 성당을 배려하며 도시의 안식처 정원 마당과 평온하게 마주한다.
오래된 성당 영역은 높고 큰 도시건축에 둘러싸여 있지만 번잡함에 방해하지는 않는다. 중세유럽의 성당 앞 도시광장은 비어 있지만 서가회 성당 앞 광장은 기하 대칭의 바로코적 휴식 정원으로 가꾸어져 있다. 정원 바닥과 주변 건물 재료와 색상은 붉은벽돌 성당 분위기에 조화로운 도시경관 디자인이다. 도서관은 외부 디자인의 힘으로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고 정원 마당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백색의 초대장이다.
◆상징적 공간, 아트리움, 빛의 문
도서관 주 출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긴 아트리움 공간이 연결하여 맞은편 '빛의 문(光界之門)'까지 시선이 뻗어가는 하이라이트 건축공간을 먼저 만나게 된다. 투명한 '빛의 문'은 3D 프린팅 기술로 재현한 실물 크기 패루(牌樓)의 크리스털 설치작품이다. 근대기 상하이 동서 문명 교류 지역이었던 토산만(土山灣) 입구의 문이었다, 과거 토산만 박물관에 있었던 패루를 첨단기술로 복원하여 도서관 중심 공간에 배치한 박물관적 상징이다.
아트리움에는 상하이에서 가장 긴 30m 독서 테이블이 있다.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읽는 장소라는 도서관을 의미한다. 기네스에 기록될 만한 긴 테이블과 '빛의 문' 아트리움 공간은 열람실 이용자보다 많은 상하이 문화관광의 상품이다.
아트리움 양 켠 높은 책꽂이에는 상하이 도시, 건축, 상하이 해파(海波) 관련 예술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연히 펼쳐 든 책에서 뜻밖에 대구의 미술가 권정호 교수의 작품 내용을 발견했는데 세계 작가들을 상하이에 초청하여 제작한 작품집이었다. 세상의 도서관과 책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길고 좁고 높은 아트리움은 전통적 예배 공간이었던 초기 기독교회의 전형적인 바실리카 공간을 현대건축에 구축한 듯 보인다. 긴 테이블은 예배 회중석이며 성스러운 강단은 '빛의 문'이다. 바로 옆 서가회 성당의 내부 공간과 유사함은 바로, 성당 옆 도서관 내부에 성당이 들어와 있는 듯하다.
◆다원적 기능의 도서관
지하 1층, 문화관광 상품들의 아트 전시장은 상하이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분위기이다. 1층 아트리움 상징 공간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별도 출입구가 있는 붐비는 카페테리어, 오른편에는 아동열람실이 배치한다. 지상 3층 규모이지만 아트리움 오픈 공간 양편으로 각 2개 층 연결의 인문적 책 공간 설계되어 5개 층으로 해석되는 특별한 설계이다. 정원 마당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스탠드형 발코니가 2층과 3층에 있다. 외부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는다. 3층 열람실에는 상하이에서 과거 발간된 전체간행물 영인본도 소장되어 있다.
성당 앞 서가회 서원은 책의 공간뿐 아니라 박물관, 미술, 서점, 문화 창조점, 카페 등 다원적인 기능이 통합된 상하이 도시의 관광 상품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으로서의 질서는 정연하였다. 대구 근대골목의 우현서루와 이상화 문학 컨텐츠를 생각해 보면서, 개관을 앞둔 '대구대표도서관'의 문화적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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