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파독 광부·간호사들 "경북여행으로 힐링, 향수병도 치유되는 것 같아요"

입력 2024-10-01 13:50:01 수정 2024-10-01 14:44:06

지난 28일부터 4박5일 동안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 참여
농촌체험 통해 청년 시절 회상,포스코 견학 등 통해 모국에 대한 자부심 느껴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에 참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동포들이 경산 바람햇살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도한씨 제공

"꽃다운 청춘에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낯선 땅 독일에서 열심히 일했던 우리들이 모국의 경북 여행을 통해 오랜 외국생활로 인한 향수병도 치유되는 것 같네요."

이는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에 참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간호조무사 출신 동포들이 경북여행을 하면서 느낀 소감이다.

이 특별한 프로그램은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농조합법인 바람햇살농장(대표 박도한)이 주최· 주관한다. 파독 광부 출신 11명과 간호사 출신 14명 등 모두 25명이 참여해 지난 28일부터 오는 2일까지 4박 5일 동안 경북지역 7개 시·군을 여행하고 있다.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에 참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동포들이 경산박물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도한씨 제공

바람햇살농장 박도한 대표는 "이번 경북 여행 참여자들은 1960~7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갔던 광부와 간호사 출신 교민들로, 어느덧 70~80대 백발 노인이 됐다. 모국을 찾아 4박5일 경북지역을 여행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자신들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들 파독 교민들의 경북 여행 일정은 지난 28일 경북 경산 바람햇살농장에서 '당신은 나의 글뤽아우프'(Glueck Auf·깊은 갱도에서 무사히 올라 오라는 행운을 담은 독일어 인사말)라는 주제의 환영행사로 시작했다. 이 농장에서 파독 교민들은 대추와 샤인머스캣 수확과 농촌식생활 체험, 농장 음악회를 통해 모국 농촌의 정답고 포근한 감정을 느꼈다.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에 참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동포들이 경산 바람햇살농장에서 샤인머스캣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박도한씨 제공

이어 29일에는 청도 운문사와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읍성 등을 방문하고 감따기 수확 체험도 했다. 30일은 포항 포스코 견학과 경주 불국사 천마총 등 유적 관람을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자부심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에 참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동포들이 경산 바람햇살농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도한씨 제공

1일에는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문경 문경새재를 다녀오고, 여행 마지막 날인 2일에는 안동 화회마을 방문과 사과따기 체험,경북도청에서의 환송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청도 출신으로 1974년 독일 뒤셀도르프 시립병원의 간호사로 파견됐던 정운숙(69) 재독영남향우회장은 "농촌체험을 통해 어렸을 때 접했던 것을 접하니 가슴에 와 닿고 눈물이 날 정도다. 포스코 방문을 통해 모국의 발전상을 직접 보고 가슴 뿌듯하고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파독 교민 마음 챙김 치유여행 in 경북'에 참여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동포들이 경산 바람햇살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도한씨 제공

울진 출신으로 1977년 독일 파견 광부로 루르지방의 한 광산에서 일했다는 심동간(72) (사)재독한인글뤽아우프 회장은 "1960~70년대 한국에 살 때를 생각해보면 자금 모국은 너무나 잘 살게 됐고 선진국으로 발돋움 했다"면서 "고향인 경북지역 여행을 하면서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 파독 교민들은 "1963년 12월부터 1977년까지 독일로 파견된 광부는 7천936명, 간호사 1만226명이 벌어들인 외화는 한국으로 보내졌고 가족부양과 한국 경제발전에 큰 보탬이 됐다"면서 "이제 이들 중 많은 교민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70~80대로 건강문제 등으로 모국을 방문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같은 모국방문 여행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