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닝턴 사후 7년 만에 활동 재개…추억의 히트곡에 1만4천명 열띤 떼창
2000년대 가장 성공한 밴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린킨 파크가 13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밴드 멤버들은 녹슬지 않은 육중한 사운드, 날 선 포효, 폭발하는 에너지를 뽐냈고,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은 환호와 박수갈채 속에 성공적인 첫 한국 무대를 치러냈다.
린킨 파크는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새 월드투어 '프롬 제로'(FROM ZERO)를 열고 한국 팬들에게 밴드의 새 출발을 알렸다. 공연장은 부활한 린킨 파크를 기다리는 1만4천명의 관객으로 가득 찼다.
공연장이 암전되고 중앙 무대 위로 멤버들이 등장하자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린킨 파크! 린킨 파크!'라는 외침으로 오랜 기다림에 걸맞은 흥분을 분출했다.
린킨 파크는 전 세계 통산 1억 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하고 그래미상을 두 차례 받은 인기 밴드다.
정규 1집 '하이브리드 띠어리'(Hybrid Theory·2000)와 2집 '메테오라'(Meteora·2003)가 잇따라 성공하며 '인 디 엔드'(In The End), '넘'(Numb), '섬웨어 아이 빌롱'(Somewhere I Belong)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렸다.
그러나 2017년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세상을 떠난 이후 팀 활동을 중단했다.
린킨 파크는 올해 여성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을 영입해 7년 만에 재정비에 나섰고, 신곡 발매와 새 투어로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들이 내한 공연을 여는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투어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린킨 파크는 첫 곡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대표곡 '섬웨어 아이 빌롱'을 무대에 올렸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이크 시노다의 쫄깃한 랩에 이어 '아이 워너 힐 아이 워너 필'(I wanna heal I wanna feel) 하며 새 보컬 암스트롱의 거칠게 내지르는 후렴구가 뒤따랐다.
밴드로서는 보컬의 성별을 바꾸는 파격적인 도전이었을 테지만, 이 노래나 '기븐 업'(Given up) 등에서 선보인 힘 있는 스크리밍에서는 성별의 차이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암스트롱의 목소리가 린킨 파크의 히트곡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노래에 따라서는 베닝턴과도 묘하게 닮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이 같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암스트롱의 보컬에 올라타고 약 20년을 거슬러 추억 여행을 즐겼다.
암스트롱은 한국 팬들의 '떼창'이 신기한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마이크를 객석 방향으로 돌리기도 했고, 무대 중간 "여러분들은 매우 뜨겁고 멋지다"며 "여러분이 내는 소리가 훌륭하다"라고 말했다. 한국계 멤버 조세프 한은 장난스레 한국어로 "여보세요"라고 말하며 장난도 쳤다.
거친 록 사운드가 이어지면서 장내의 분위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대 바로 옆 플로어 스탠딩 구역에서는 흥겨운 슬램(Slam·록 공연에서 몸을 부딪치며 음악을 즐기는 동작)도 펼쳐졌다.
린킨 파크는 이날 신곡 '디 엠티니스 머신'(The Emptiness Machine)과 '헤비 이즈 더 크라운'(Heavy Is The Crown) 무대도 꾸며 한국 관객을 기쁘게 했다. 이 가운데 '헤비 이즈 더 크라운'은 '2024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주제곡으로 게임 마니아들에게도 잘 알려진 노래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쓸쓸한 감성이 묻어난 '리브 아웃 올 더 레스트'(Leave Out All The Rest)와 '마이 디셈버'(My December)가 나오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전화 플래시를 일제히 켜고 공연장을 환하게 물들였다.
공연 후반부 모두가 기다리던 히트곡이 잇따라 나오자 장내는 다시금 열띤 흥분 속에 빠져들었다. 린킨 파크는 '넘', '인 디 엔드', '페인트'(Faint)로 한국 팬의 기다림에 부응했다.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에 암스트롱의 힘 있는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거칠면서도 귀에 '착' 감기는 린킨 파크 특유의 매력적인 후렴구는 곧이어 관객의 떼창이 됐다.
린킨 파크는 오는 11월 새 정규음반 '프롬 제로'를 내고 활동을 이어 간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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