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등 종목별 체육회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는 총체적 난맥상을 만천하에 드러낸 자리였다. 불공정한 절차 등을 따져 물어도 핵심을 비껴가는 답변이나 배워 가는 과정이라든지, 예전부터 그랬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구악과 폐습(弊習)을 여실히 보여줬다. 의원들이 시쳇말로 탈탈 털고서야 과오(過誤)를 자인했다. 전재수 위원장이 "3선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국회에 있었지만 오늘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건 처음 본다"고 할 만큼 각 체육회의 난맥상에 여야 모두 혀를 찼다.
현안 질의는 한편으로는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해명'의 자리이기도 했지만 그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특히 배드민턴협회의 특정 후원사 용품 사용 강제는 경악할 수준이었다. 선수 경기력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그래 왔다는 식의 답변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그 무책임함이 실망스럽고 놀라웠다. 지원받아야 할 선수들을 협회가 짜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도록 한 정황은 이달 10일 발표된 정부 감사 중간결과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예전부터 그랬으니 문제가 없다고 합리화할 게 아니라 예전부터 그래 왔던 잘못된 관행의 개선 의지와 구체적 계획을 밝혔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처럼 회장 장기 집권이 이어진 곳의 회장은 종신형 회장이라 비아냥대도 할 말이 없다. 자신들만의 이너서클을 이뤄 민주적 의결 절차를 형해화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국민적 공분이 풀리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절차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결정도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절차 무시는 그 자체로 불공정이다.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현안 질의를 주도한 국회가 박수받을 일이나 이참에 정부도 감독 체계를 촘촘히 세우는 등 후속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간 4천200억원의 지원을 받는 대한체육회와 종목별 체육회다. 조직을 위한 조직으로 변이된 괴물에 자정(自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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