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인 친구 아들이 학교를 떠났다. 친구는 아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어렵게 선생님이 됐는데, 왜 그만뒀는지 모르겠다. 5년만 버텨 보라고 했는데…." 그런데 사연(事緣)을 알고 보니, 제3자 입장에선 아들의 결단에 수긍이 갔다. 친구 아들은 1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관료적인 교무실 분위기, 온갖 행정 업무, 자녀의 학교생활을 시시콜콜 따지는 학부모의 갑질을 견디기 힘들었단다. 늘 가슴이 답답하고, 악몽을 꾸는 날이 잦았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 초등교사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간에 교단을 떠나거나, 교사의 꿈을 포기하는 교육대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의원면직(依願免職) 초등교사는 2022년 423명에서 2023년 55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3~8월)는 벌써 440명이다. 지난해 전국 교대 10곳과 초등교육과 3곳(이화여대·제주대·한국교원대)을 '중도 탈락'한 학생은 667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256명)보다 2.6배 늘었다. 교육계는 교권(敎權) 추락과 신규 임용 감소를 중도 탈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교대의 위상(位相)도 추락하고 있다. 전국 9개 교대 및 초등교육과의 2024학년도 정시 합격선이 전년도보다 하락했다. 수능 성적 3~4등급 수준까지 떨어졌고, 일부 교대의 경우 국어·수학·탐구에서 6등급을 받은 학생도 합격했다. '안정적 직업 확보'라는 장점으로 콧대 높던 교대의 인기는 시들고 있다.
초등교사와 교대의 위상 실추는 현실의 반영(反映)이다. 존경을 받던 교직이 재미도 보람도 없는 직업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성세대가 말하는 MZ 세대의 나약함 때문일까? 그건 아닌 듯하다. 학교 공동체의 붕괴와 교권의 추락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내 자식 지상주의' '출세 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의 세태가 빚어낸 결과다. '괴물 부모의 탄생'의 저자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괴물 부모는 학교에서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 대우를 요구한다. 또 내 아이는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자녀의 초교 담임 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왕의 DNA가 있으니, 왕자 대하듯 하라"는 교육부 공무원의 갑질 발언은 무심(無心)결에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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