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통령-당 지도부 만찬 후 '독대 여부'만 주목
韓 '재차 대화 요구'…한쪽에선 '대통령 궁지에 몬다' 지적
섯부른 대화 제의에 '대통령실 불통' 이미지 우려도
韓 현안 대안 제시하면서, 대통령실과 공감대 형성 우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국 현안 논의를 위한 '독대'를 고집해 당정 간 불편한 관계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한 대표가 현안 관련 입장을 언론에 먼저 노출해 여론이 집중되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 취임 이후 이런 패턴이 반복돼 윤-한 갈등을 부각하면서 당정 갈등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경우도 당정 지도부가 모처럼 마주 앉은 가운데 '체코 원전 성과'나 국정 현안 논의를 기대했지만, 한 대표의 '독대 불발' 이슈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이 사실상 '빈손 만남'으로 마쳤다는 따가운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심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윤 대통령이 수용할 것인가에 더 집중되는 분위기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받아들일까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더 많이 감지된다. 이렇게 되면 당정 간 불편한 관계가 재조명되고 길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만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10분가량 정원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야외 테이블에서 이뤄진 만찬 분위기상 긴밀한 현안 대화가 이뤄질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칫 대화를 위한 노력이 윤-한 갈등으로 와전되면서, 과거 총선 과정서 벌어진 것과 같이 감정싸움 양상이 돼 당정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윤-한 갈등은 정국의 고비 때마다 불거졌다. 총선 전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두고 한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가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날을 세우면서, 대통령실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면서 첫 윤-한 갈등이 오픈됐다.
이후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도피 출국',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에 대해 한 대표가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터졌다. 지난달에는 친윤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를 둘러싸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친윤계와 한 대표 간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됐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지도부 만찬이 추석 후로 연기된 것도, 윤-한 갈등으로 손꼽힌다. 당시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법으로 의대 정원의 증원 유예안을 언급,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것이다.
'독대 불발'과 관련해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대화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이 된 것은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대통령이 귀 닫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대통령을 자꾸 궁지로 몰아넣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화 제의가 언론에 먼저 공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만 쌓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가 대통령 측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대화의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한 관계자는 "한 대표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지도자로 국정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는 그림일 것"이라며 "자기 체급 올리려고 대통령에게 시위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한 대표는 독대 거절을 당정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렇게 해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대 재요청과 관련, "중요한 현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실 답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