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이슈'로 당정 갈등만 노출한 만찬…한동훈 대표 커지는 책임론

입력 2024-09-25 17:42:19

전날 대통령-당 지도부 만찬 후 '독대 여부'만 주목
韓 '재차 대화 요구'…한쪽에선 '대통령 궁지에 몬다' 지적
섯부른 대화 제의에 '대통령실 불통' 이미지 우려도
韓 현안 대안 제시하면서, 대통령실과 공감대 형성 우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국 현안 논의를 위한 '독대'를 고집해 당정 간 불편한 관계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한 대표가 현안 관련 입장을 언론에 먼저 노출해 여론이 집중되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대표 취임 이후 이런 패턴이 반복돼 윤-한 갈등을 부각하면서 당정 갈등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경우도 당정 지도부가 모처럼 마주 앉은 가운데 '체코 원전 성과'나 국정 현안 논의를 기대했지만, 한 대표의 '독대 불발' 이슈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이 사실상 '빈손 만남'으로 마쳤다는 따가운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심은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윤 대통령이 수용할 것인가에 더 집중되는 분위기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을 받아들일까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더 많이 감지된다. 이렇게 되면 당정 간 불편한 관계가 재조명되고 길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만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10분가량 정원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야외 테이블에서 이뤄진 만찬 분위기상 긴밀한 현안 대화가 이뤄질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칫 대화를 위한 노력이 윤-한 갈등으로 와전되면서, 과거 총선 과정서 벌어진 것과 같이 감정싸움 양상이 돼 당정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윤-한 갈등은 정국의 고비 때마다 불거졌다. 총선 전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두고 한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가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날을 세우면서, 대통령실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면서 첫 윤-한 갈등이 오픈됐다.

이후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도피 출국',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등에 대해 한 대표가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사퇴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터졌다. 지난달에는 친윤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를 둘러싸고 대통령실을 비롯한 친윤계와 한 대표 간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형성됐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지도부 만찬이 추석 후로 연기된 것도, 윤-한 갈등으로 손꼽힌다. 당시 한 대표가 의정 갈등 해법으로 의대 정원의 증원 유예안을 언급,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것이다.

'독대 불발'과 관련해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대화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이 된 것은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대통령이 귀 닫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대통령을 자꾸 궁지로 몰아넣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화 제의가 언론에 먼저 공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만 쌓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가 대통령 측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대화의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한 관계자는 "한 대표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지도자로 국정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는 그림일 것"이라며 "자기 체급 올리려고 대통령에게 시위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한 대표는 독대 거절을 당정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렇게 해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대 재요청과 관련, "중요한 현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실 답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