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제1회 삼보미술상 수상작가 이승희·노비스르프 기념전시

입력 2024-09-13 16:26:10 수정 2024-09-13 16:52:32

9월 2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삼보미술상 수상작가 기념전. 이연정 기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삼보미술상 수상작가 기념전. 이연정 기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삼보미술상 수상작가 기념전. 이연정 기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삼보미술상 수상작가 기념전. 이연정 기자

삼보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삼보미술상 제1회 수상작가 전시가 오는 2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그간 사회고발성 짙은 작업을 해온 이승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부유할 뿐'을 주제로, 우리 주변에 항상 부유하고 있지만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몇 가지 것들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전시 초입인 6전시실에서는 이 작가가 5년 간 도시 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면서 배운 것과 깨달음을 펼쳐보인다.

그는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을 위해 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곳을 지나다가 주운 주먹만한 새 둥지에서 영감을 얻어, 새의 시선으로, 혹은 우리가 보는 것의 정반대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작업을 구상했다. 전시장에서는 땅 속의 구황작물이 공중에 떠있거나, 직접 발판 위에 올라가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보게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농사를 지으며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잡초에 대한 고민도 작품에 녹여냈다.

"제가 좀 게을러서 잡초가 많은 편이었어요. 사실 잡초는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잡아주는 등의 유한 역할이 있고 원래의 이름도 있는데, 단지 나의 작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잡초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다 뽑히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는 잡초를 대형 청사진으로 인화해 역설적으로 작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새로운 시선으로 잡초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개발사업을 위해 나무에서 떨어진 둥지부터 잡초까지 모두 인간에 의해 버려지게 된 것들에 대한 그의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7전시실에는 그가 4년여 간 작업해온 대구 북구 복현동 피난민촌에 대한 아카이빙과 다큐멘터리 작업 등이 펼쳐진다. 마을이 철거되면서 가져온 개가죽나무로 팔걸이를 만든 벤치, 감나무를 이식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등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작가는 "지금까지 해온 작업이 사실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닌,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 것들이다보니 작업을 지속하기에 금전적 제약도 많았는데 이번에 받은 상금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며 "삼보문화재단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8~10전시실에서는 노비스르프 작가의 전시 '광인(光人): 달과 불, 나이테와의 대화'가 열리고 있다.

그는 바니시로 그린 그림에 불을 가해 완성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투명한 바니시는 불을 통해 하얗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니시는 작품 보호를 위해 사용되는, 뚜렷한 색이 없는 '마이너리티'한 재료죠. 마치 저의 청춘과도 같고, 질곡의 시대를 살았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과도 같다고 느꼈습니다. 불을 통해 바니시에 존재감을 불어넣듯, 나와 할머니, 어머니, 나아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 광인(光人)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8전시실은 어머니의 부재와 할머니의 별세 등 작가가 성장기 겪은 가족에 대한 아픈 사랑과 그리움이 투영된 작품들이 전시됐다. 9전시실에서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이빨을 드러낸 공룡과 동물 등을 그린 작품들을, 10전시실에서는 할머니의 사랑처럼 밝은 빛 아래 전시된 대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시는 힘겨운 시기, 삶의 희망을 예술로 녹여내 그만의 존재감을 발휘해온 작가의 창작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하는 상일 것"이라며 "삶을 예술로, 또 예술을 통해 삶의 희망을 발견해 가는 작가는 작가만의 빛을 품고 거듭게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