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총리 3년 만에 하차…통일교 유착·비자금 스캔들에 무너져

입력 2024-08-14 15:58:35 수정 2024-08-14 17:55:04

기시다 총리 14일 기자회견에서 총재 선거 불출마 선언
취임 이듬해 지지율 57%→10∼20%대로 추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물러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국민에게 확실히 보일 필요가 있다"며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보이는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불출마 의미를 설명했다. 총재 선거는 9월 하순에 치러진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이어 취임했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와 자민당 유착

기시다 총리가 총재 선거 불출마 배경에는 지난해 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결정타가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집권당 의원들의 부도덕한 정치자금 관행이 폭로되면서 내각 지지율은 '퇴진 위기' 수준으로 평가되는 10∼2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선거마다 연전연패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21년 10월 취임 직후 치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261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내각 지지율은 공영방송인 NHK 조사에서 취임 이듬해인 2022년 1월 57%까지 오르면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 직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세 도중 피격당해 숨진 것이 기시다 총리에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아베 전 총리 총격범은 "어머니가 통일교에 고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 아베를 습격하면 통일교에 비난이 집중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이후 언론에서 통일교와 자민당 주요 정치인 간 유착이 속속 밝혀지면서 각료가 잇달아 사임하고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그해 말 처음으로 20∼30%대까지 떨어졌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한일 관계 개선, 미일 정상회담,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지지율이 50%를 다시 넘기면서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같은 해 연말 터진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로 치명상을 입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비롯해 각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줬다. 하지만 계파의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나 개별 의원의 회계처리에 이를 반영하지 않고 비자금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조사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아베파와 니카이파, 기시다파의 회계책임자와 현직 국회의원이 입건되고 국민의 정치 불신은 커졌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의혹을 받는 아베파 소속 각료 4명을 사실상 경질했고, 자신이 이끌던 파벌인 기시다파를 해산하면서 정치 개혁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자민당의 처벌 폭과 수위가 낮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 자신은 정작 처분 대상으로 하지 않은 데 대해서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 게다가 파벌 철폐 문제 등을 둘러싸고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과도 갈등을 빚으면서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갈수록 고립됐다.

비자금 스캔들 이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줄곧 10∼20%대에 머물렀다.

자민당은 올해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지난 4월 중의원 보궐 선거 3곳에서 전패한 데 이어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7월 도쿄도의회 도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자민당 후보 8명 중 6명이 패배하면서 자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에도 총재 선거 출마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자민당 내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는 기시다 총리로는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결국 '백기투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