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손태승 부당대출에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

입력 2024-08-12 14:42:45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친인척 대출 급격히 증가
현재 기준, 단기 연체 비롯해 상당 금액 부실화 확인
임종룡 "내부통제 시스템 등 철저히 검토해 환골탈태 계기 삼아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법인 등에 최근 4년여간 총 616억원의 대출을 내줬다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사과의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을 취급했다. 특히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에게도 162억원(19건)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손 전 회장이의 친인척 관련 차주 대출은 4억5000만원(5건)에 불과했다. 손 전 회장의 지주 회장이 된 후부터 대출액이 급격히 불어났다.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우리금융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직했다. 대출이 늘어난 시기는 취임 후인 2020년 4월 이후부터다.

대출 상당 부분이 부실로 확인됐다. 현재 기준, 단기 연체(1개월 이상 3개월 미만)되거나 부실 대출화(3개월 이상) 된 금액은 198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이에 임종룡 회장은 12일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문화,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긴급 임원 회의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 역시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문서 위조,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 남은 의구심을 명확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