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귀 함부로 만지면 안 돼요!…여름철 흔한 외이도염

입력 2024-07-31 06:30:00

면봉으로 닦기 X. 자연 건조 O
소리 모아 고막 전달 기능 수행…지방·산성 성분 세균 번식 억제
높은 습도 알칼리화 염증 유발
귀 후비기 습관 방어기전 파괴…가려움증·통증·난청 등 증상

귀를 함부로 후비면 귀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귀를 함부로 후비면 귀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여름은 놀면서 물 맞을 일이 많은 계절이다. 수영장도 많이 가거니와 계곡, 바다, 워터파크 등 물놀이에다가 최근에는 가수 '싸이'의 콘서트 '흠뻑쇼'나 '워터밤'과 같은 콘서트에서도 미친듯이 물을 뿌려댄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눈, 코, 입, 귀에 물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얼굴에 있는 구멍 중 가장 물을 빼내기가 곤혹스러운 곳이 바로 귓구멍이다. '외이도'라 불리는 귓구멍으로 물이 들어가면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고 괜한 불편감으로 인해 물을 빼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물을 무리하게 빼내려다 자칫 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면 불편함은 더 심해진다.

◆ 소리전달기능을 하는 외이(外耳)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뉘며, 외이는 귓바퀴와 외이도로 구성돼 있다. 외이도는 우리가 흔히 '귓구멍'이라 부르는,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길로 길이 2.5~3㎝, 지름 0.7~1㎝가량이며 S자 모양으로 휘어 있다. 외이도의 바깥쪽 3분의 1은 귓바퀴의 연골이 연속되어 만들어진 연골부로, 귀지를 만들어내는 귀지샘과 모낭이 있다. 나머지 안쪽 3분의 2는 뼈로 이루어진 골부로, 귀지샘, 모낭 같은 피하구조 없이 상피세포로만 덮여 있다.

외이는 소리를 모아 고막으로 전달해주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외이도의 염증만으로도 청력장애가 올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기능 수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소리전달기능을 수행하려면 외이도 내면이 막히지 않고 건강한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귀는 자가청소기능이 있는데, 피부의 지속적 탈피작용과 귀지가 가득 차지 않도록 외이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피부탈락물질 등을 밀어내주는 작용을 통해 외이도의 청결을 유지한다. 그 외 외이도 방어기전으로 pH 6.0~6.5 정도의 산성보호막, 방수효과, 귀지, 풍부한 혈류 등이 있다.

귀지는 귀지샘이 있는 외이도 연골부에서 생성되는데 지방 성분이 많아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고, 산성 성분이라 세균 번식을 억제하며, 살균작용을 하는 라이소자임을 함유하고 있다. 외이도 상피세포도 방수기능과 함께 풍부한 혈관과 림프관이 있어 항상 외이도를 세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능과 방어기전으로 인해 외이도는 세균의 침범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소리전달기능을 수행한다.

외이도염은 외이도에 세균이 번식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외이도염은 외이도에 세균이 번식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높은 습도와 기온이 외이도염 유발

외이도 방어기전이 파괴되면 바로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도 내부의 습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pH가 중성 또는 알칼리화되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세균이 잘 자란다. 여름철 외이도염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며 습도가 높고 더운 환경, 꽉 끼는 이어폰 착용, 오염된 물에서의 수영 등이 외이도염을 유발한다.

그러나 여름철 외이도염은 대부분 잘못된 귀 후비기 습관에서 비롯된다. 즉, 피부 손상과 외이도 방어기전의 파괴로 인해 세균이 서식하게 되는 것이다. 곰팡이균(진균)도 외이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정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외이도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은 녹농균인데 보통 물 표면에 존재하고 수영장 물에 많이 오염되어 있다"며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염소 소독제 양으로는 웬만해선 죽지 않는 데다, 30℃ 이상일 때 빠르게 증식한다"고 말했다.

◆ 잘못된 귀 관리 습관도 주의

외이도염의 증상으로는 가려움증, 통증,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 난청 등이 있다. 가려움증은 외이도염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급성기에 통증을 느끼기 전에 특징적으로 나타나 귓구멍을 후비면서 긁게 만들고 다시 가려움증을 일으켜 피부 외상을 초래한다.

염증이 있거나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어도 외이도염이 악화될 수 있다. 외이도 바깥쪽 3분의1 지점의 피부나 연골은 귓바퀴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 곳을 만져도 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대부분의 외이도염은 적절한 외이도 드레싱과 이용액(귀약) 등으로 완치될 수 있으며 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진통소염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샤워 후 면봉으로 귀 닦아내기, 귀지 파내기, 비눗물로 외이도 세척하기 등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이야말로 여름철 귓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이정화 전문의는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외이도의 여러 방어기전을 회복해주고 만성화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귀지를 파내야 시원하고, 샤워 후에는 꼭 면봉으로 귀를 닦거나 비눗물로 외이도를 세척하는 습관이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정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이비인후과 전문의

도움말 이정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지부 이비인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