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배출 '절벽' 상황 앞두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 모색
의료계 "美는 전공의 키우는데 10조원 들여…재정 가능한가?"
하반기 모집을 통해서도 대다수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없이도 상급종합병원이 운영되도록 하는 구조 전환 방안을 다음 달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의사 배출 '절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2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8월 말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의료개혁 방안을 통해 자주 천명해왔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의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하기 전 상급종합병원의 당직 근무를 '젊고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를 중심으로 돌렸다면, 앞으로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팀을 꾸려 대응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PA간호사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 중 40%를 차지하는 전공의의 비중을 미국·일본과 같은 10% 비율로 차츰 줄여나갈 예정이다.
전문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일반병상을 현재보다 최대 15%까지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의 무분별한 병상 확장을 막기 위해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을 검토할 방침이다. 응급, 심뇌, 외상, 고위험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며 전공의 중심에서 벗어나 인력 구조를 전환한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 중심으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인상해줄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근무 여건 개선도 계속 추진한다. 전공의 근로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쉬지 않고 연속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등의 시범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또 지도전문의를 확충하는 등 수련도 내실화하고, 수련 비용 지원 등 국가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보건 관련 전문가들은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전문의의 인건비가 전공의보다 훨씬 높은 데다, 경증 환자 진료를 줄일 경우 당장 병원의 수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대구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지역의 사립대병원 중 서울의 대형 상급종합병원처럼 자금력과 규모를 갖춘 병원은 전무한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 구조가 개편된다면 이는 비수도권 사립대병원이 무너지는 수준을 넘어 최악의 경우 지역의료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 마련 방안이 성공의 핵심이겠지만 아직 관련한 방안이 나오지 않아 정부의 정책이 가능할 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는 데 수 조원의 재정이 들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조언했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 이사는 지난 26일 열린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에서 "2014년 기준 미국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연간 3∼4조원을 투입하는데, 민간 보험사가 전공의 교육에 쓰는 7조원까지 합하면 국가와 민간이 연간 10조원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전공의 급여와 교육훈련비, 지도전문의 교육비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해야 한다"고 말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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