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TV 토론회에서 트럼프에 완패
◆주류 언론과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 사퇴론 불거져
◆갑작스런 사퇴론 제기에 음모론까지 나돌아 혼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후보 사퇴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벌인 TV 토론 참패가 그 이유다. 기세등등하던 현직 대통령이 TV 토론 한 번 패했다고 후보 박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은 한국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토론회 이후 주류 언론과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론이 갑자기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첫 TV 토론회
지난달 27일 오후 9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90분 간에 걸친 첫 TV 토론회가 열렸다. 두 사람은 올 1월 시작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연승하며 일찌감치 '리턴매치'를 확정했다.
올해 토론회는 4년 전(2020년 9월 29일)보다 3개월가량 빨리 열렸다. 4년 전에는 두 사람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로 공식 확정된 이후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 앞서 개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회에 앞서 1주일 동안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며 정책토론과 리허설 등 토론 준비에 열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에서 시소 경쟁을 벌이는 탓에 이번 토론회를 통해 중도층을 포섭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주변 환경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공격 소재가 적지 않아서다. 토론회를 주최하는 CNN도 트럼프보다는 바이든에 우호적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회 앵커 2명과도 악연이 있었다. 토론회 사회를 본 CNN 제이크 태퍼는 2020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기나긴 미국의 악몽이 끝났다"고 했다. 트럼프는 태퍼를 "페이커(거짓말쟁이) 태퍼"라고 비난해 왔다.
또 다른 사회자 데이나 배시는 "트럼프는 남녀 기자를 차별한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측은 "3대1 싸움"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에게 악몽이 된 토론회
90분간 토론회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 참패로 끝났다. 사법 리스크로 궁지에 몰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완벽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이든 참패 이유는 고물가 등 경제도, 대외 정책도, 불법 이민 문제도 아니었다. 건강 문제였다. 이날 토론회는 90분간 관객도, 사전 연설문도, 준비된 자료도 없었다. 펜과 빈 메모지, 물 한 병만 허용됐다. 토론 도중 눈을 마주치며 호흡을 주고받을 스태프도 없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었고, 쉽게 흥분했다. 목소리는 처음부터 잠겨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 도중에 입을 벌린 채 허공을 보거나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기운 없는 모습으로 비쳤다. 목소리가 쉬고 말을 더듬어 발언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남부 국경 이주자 통제에 대해 말할 때는 "총체적 대책"을 "총제적 금지"라고 잘못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고령 문제에 대한 질문에 "나이가 아닌 성과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목소리가 잠긴 탓에 침을 삼키고서야 말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토론 내내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인지 검사를 두 번이나 받았으며 최고 점수를 획득했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했다"고 답했다 바이든은 인지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한국 정부도 미국 대선 흐름에 예의주시 해야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우크라이나로 말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이미 별세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 혼동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언론이 건강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대통령직 수행 문제까지 확대 해석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바이든의 정치적 우군이자 주류 언론인 CNN, NYT, 워싱턴포스트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실명을 걸고 바이든 용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조직적인 집단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점점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바이든 낙마 후 대체할 대선 후보들이 거명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이 후보다.
문제는 시간이다. 11월 5일 대선을 4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타의로 교체되고 당사자가 반발할 경우 대선 결과는 뻔하다. 바이든이 자발적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는 연착륙을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 기로에 놓이면서 대한민국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다진 건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보다는 미국을 우선했다. 집권 당시 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앞으로 미국 대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바이든 이후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순발력과 유연성 등을 가져야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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