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성주 참외 수많은 효능처럼 농촌 살리는 다양한 역할 하고파"

입력 2024-06-16 13:33:36 수정 2024-06-17 09:26:02

성주군 2세대 청년 농부 박대규·박종혁·노정욱 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대규(45) 노정욱(40) 박종혁(42)씨. 이들은 농부 2세대다. 청년이 귀한 성주 선남면으로 귀농한지도 벌써 10여년째. 이들의 역할은 비단 참외 농사를 짓는 농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대규(45) 노정욱(40) 박종혁(42)씨. 이들은 농부 2세대다. 청년이 귀한 성주 선남면으로 귀농한지도 벌써 10여년째. 이들의 역할은 비단 참외 농사를 짓는 농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택배 작업 끝내고 나니 한숨 돌리겠다!", "오늘은 레시피 알려주는 영상 하나 올려볼까?" "밑에 집 할매가 부탁한 일부터 하고 오자~" 조용한 농촌 마을이 웬일인지 시끌벅적하다. 소리의 진원지는 뜨거운 햇살 아래 한 비닐하우스. 푸릇푸릇한 이파리 사이로 샛노란 꽃이 슬쩍 슬쩍 보인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참외를 든 세 남자가 활짝 웃고 있다.

박대규(45) 박종혁(42) 노정욱(40) 씨는 농부 2세대다. 청년이 귀한 성주 선남면으로 귀농한지도 벌써 10여년째. 이들의 역할은 비단 참외 농사를 짓는 농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날엔 성주참외 홍보대사, 어느 날엔 동네 어르신의 심부름꾼, 또 어느 날엔 스마트 농가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유입으로 농촌이 시끌시끌해졌겠다. 귀농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도시로 나가 따로 살았었다. 이를 두고 도시로 유학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편찮으시단 소식에 어머님 일을 도와주기 위해 다시 성주로 왔다. 잠깐 도와준다고 왔는데 일이 꽤 보람차더라. 그 길로 귀농을 하게 됐다. 물론 힘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가 돼야 일이 끝날 때도 있다. 그리고 처음 3년은 참외 농사도 참 많이 망쳤다. 참외 약을 잘못 쳐서 아침에 밭에 갔더니 잎이 다 말라 있다던가.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성주 참외 청년들이 운영하는 참외 홍보 sns.
성주 참외 청년들이 운영하는 참외 홍보 sns.

-10여년 세월을 버티고 버텨 지금의 농부가 된 게 아닌가. 심지어 2세대 농부로서 농사뿐만이 아닌 다양한 역할을 하시더라. 우선 성주참외 홍보대사 이야기부터 듣고 싶다.

▶홍보대사라고 하니 거창하다. 성주 참외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상품이라도 홍보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라 생각한다. 또 그 역할은 젊은 농부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틱톡, 인스타, 유튜브에 성주 참외에 대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참외 오래 보관하는 방법, 모르면 손해 보는 참외의 효능, 맛있는 참외 고르는 팁…. 짧은 영상으로 재밌게 편집해서 올리니 젊은층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성주 참외가 워낙 유명하긴 하다. 하지만 요즘은 또 유명하다고 무조건 사 먹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조용한 농촌 마을이 웬일인지 시끌벅적하다. 소리의 진원지는 뜨거운 햇살 아래 한 비닐하우스. 푸릇푸릇한 이파리 사이로 세 남자가 참외를 따고 있다. 이들은 성주군 선남면의 2세대 농부 삼총사다.
조용한 농촌 마을이 웬일인지 시끌벅적하다. 소리의 진원지는 뜨거운 햇살 아래 한 비닐하우스. 푸릇푸릇한 이파리 사이로 세 남자가 참외를 따고 있다. 이들은 성주군 선남면의 2세대 농부 삼총사다.
샛노란 참외가 맛있게도 익었다. 세 남자가 딴 참외는 비파괴 당도 센서 기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상의 상태로 배송된다.
샛노란 참외가 맛있게도 익었다. 세 남자가 딴 참외는 비파괴 당도 센서 기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상의 상태로 배송된다.

-동네 방범대 역할도 하고 있다고

▶11년 전 귀농을 하고 보니 청년들 모임 같은 게 없더라. 그 당시 선남면에는 20여명 정도 청년들이 있었다. 그래서 청년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각자 농사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을의 발전을 위해 활동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다. 결성을 하고 보니 할 일이 참 많더라.

동네 행사가 열리면 주차요원이라든지 각종 힘 쓰는 일을 도맡아 한다. 또한 동네 미화작업, 정화 활동.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신다. 나이 드신 분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 해드리니 말이다. 자주 연락이 온다. "오늘 이것 좀 도와줘~" 하고 말이다. 지금 청년회는 40여명 정도로 늘었다.

-1세대 농부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일 것 같다.

▶아버지 세대. 그러니 1세대는 공판장 시대다. 농사를 지어 포장한 참외를 직접 트럭에 싣고 전국 이곳저곳을 다니셔야 했다는 거다. 서울 가락시장도 가고, 마산도 가고, 대구 매천시장도 가고. 직접 가서 새벽 경매를 보시고 다시 성주에 와 농사를 짓고 사셨다. 하지만 2세대는 조금 달라져야겠다 싶더라. 그 고민의 시작이 택배 도입이었다.

1세대 때는 공판장 이외 판매는 입소문으로 혹은 건너 건너 지인이 "참외좀 보내줘" 하면 거래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 홍보를 통해 확보한 고객들에게 성주 참외를 택배로 보낸다. 그리고 그 고객들은 단골 손님이 되곤 한다. 물론 직판장 체제 아래였기에 수월한 시도였기도 하다. 1세대의 노하우는 전수받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지고 있다.

성주 참외 2세대 농부들은 1세대와 다르게 좀 더
성주 참외 2세대 농부들은 1세대와 다르게 좀 더 '스마트'하게 농사를 짓고 있다. 비파괴 당도센서 기계 도입이 그렇다. 비파괴 당도센서 기계는 말 그대로 과일을 파괴하지 않고 당도를 측정하는 기계. 이 기계를 도입함으로서 일정한 당도 체크가 가능해졌다.

-비파괴 당도센서 기계 도입도 2세대의 새로운 시도이지 않나. 비파괴 당도센서 기계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일반 당도측정 기계는 많이 봤을 테다. 자른 과일에 기계를 갖다대면 브릭스. 즉 당도가 측정되는 원리다. 하지만 비파괴 당도센서 기계는 말 그대로 과일을 파괴하지 않고 당도를 측정하는 기계다. 이 기계를 도입함으로서 일정한 당도 체크가 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일반 당도측정 기계는 수천개 과일 중 하나를 뽑아서 측정하게 되니 아무래도 그 한 개가 여러 개의 평균이 돼 버린다. 하지만 비파괴 당도센서 기계는 우리가 수확한 참외 전체가 기계 속으로 통과하게 되고 일정 당도가 나와야 기계를 통과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니 정말 맛있는 참외 만이 소비자에게 보내 질 수 있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냄새를 맡거나 두드려 보며 맛있는 참외를 고를 필요가 없어졌겠다. 성주 참외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 갈 것 같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다. 성주 참외에 대한 이미지,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 '내 농사만 잘되면 되지'라는 생각보다 '우리의 성주 참외가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컸다는 거다. 우리가 운영하는 SNS를 보면 성주 참외가 얼마나 우수한지, 얼마나 맛있는지가 잘 설명 돼 있다.

SNS를 통해 참외 무료 나눔도 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말한다. "돈 주고 팔지 왜 무료로 나눠주냐" "이래서 너에게 남는게 뭐냐" 하지만 성주 참외를 한 번 먹어보면, 계속 이 참외만 먹을 걸 알기 때문에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고객이 되지 않더라도 맛보고 맛있으면 성주참외에 대한 이미지가 절로 좋아지지 않겠나. 우리 젊은 농부들의 이런 노력들로 성주 참외가 더 유명해 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성주 참외 청년들은 지난달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참외 100박스를 보냈다. 어르신들에게 제철 과일을 맛보여 드리고 싶다는 게 이들이 밝힌 취지.
성주 참외 청년들은 지난달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참외 100박스를 보냈다. 어르신들에게 제철 과일을 맛보여 드리고 싶다는 게 이들이 밝힌 취지. "고맙다, 맛있다 연락이 올 때마다 얼떨떨합니다. 이게 뭐 큰 일이라고 싶기도 하고요"
성주 참외 청년들은 지난달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참외 100박스를 보냈다. 어르신들에게 제철 과일을 맛보여 드리고 싶다는 게 이들이 밝힌 취지.
성주 참외 청년들은 지난달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참외 100박스를 보냈다. 어르신들에게 제철 과일을 맛보여 드리고 싶다는 게 이들이 밝힌 취지. "고맙다, 맛있다 연락이 올 때마다 얼떨떨합니다. 이게 뭐 큰 일이라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이 모여 선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게 아닐까. 얼마 전 취약계층 어르신들게 참외를 보내드렸다고.

▶5월에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100박스를 보내드렸다. 5월은 참외 제철이 아닌가. 그런데 취약계층 어르신들은 제철 과일을 잘 못 드신다. 제일 달고 아삭할 때 맛 보여드리고 싶어 벌인 일일 뿐이다. 어제도 어르신 분께서 전화가 왔다. 상자에 생산지 번호가 찍혀있으니 그걸 보고 연락 주시는 것 같다. "고맙다" "맛있다" 연락이 올 때마다 얼떨떨하다. 이게 뭐 큰 일이라고 싶기도 하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별안간 세 농부의 연설이 시작됐다. "기자님, 혹시 참외 효능을 아세요? 참외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요, 갈증 해소 작용도 합니다. 다이어트나 항암효과는 물론이고, 산모에게 필요한 엽산, 칼륨, 철 아연이 가장 많이 함유된 과일이기도 하죠"

참외 자랑할 게 아직 남았나? 하지만 이어지는 세 농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참외 효능이 이렇게 많잖아요. 이 말은 저희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핑계도 많다는 거죠. 갈증 해소 작용을 하니 취약계층 폭염 지원을 위해 참외를 보내드릴 수도 있겠죠? 산모에게 필요한 성분이 많이 함유됐으니 미혼모들에게 참외를 보내드릴 수도 있겠죠. 수많은 참외 효능만큼 저희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별안간 세 농부의 연설이 시작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별안간 세 농부의 연설이 시작됐다. "기자님, 혹시 참외 효능을 아세요? 참외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요, 갈증 해소 작용도 합니다. 다이어트나 항암효과는 물론이고, 산모에게 필요한 엽산, 칼륨, 철 아연이 가장 많이 함유된 과일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