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쿠바 '트리니다드' 가정집 구현한 카페 엘마요르
현지인이 마시는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레몬·오렌지 넣은 커피 판매
팬데믹 이후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유독 중남미 여행 프로그램이 많았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웹툰 작가 기안84는 페루 아마존에서 맨몸 수영을 했고,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는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배우 김도훈이 브라질 보니또 수직 동굴을 찾아 스노클링을 즐겼다.
중남미 천혜의 자연을 보고 있자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연차를 쓸 수 없는 직장인에게 지구 반대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남미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대구에서 즐기는 중남미 여행. 쿠바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대구 중구 엘마요르를 소개한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쿠바를 만나다
"도심 한가운데 이 건물은 뭐지?"
엘마요르를 처음 보게 된 순간 가장 먼저 하게 될 말이다. 주변이 온통 회색빛인 주택가에 홀로 강렬한 노란색 빛을 내뿜는 엘마요르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자석에 이끌리듯, 이곳 마당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눈에 띄는 노란색 2층 건물에 페인트가 벗겨진 듯한 디자인의 민트색 창문, 특이한 모양의 바닥 타일, 나무 형태 야외 테라스석, 초록 잎 식물들까지 모든 것이 이국적이다. 한국적인 것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박상섭(40) 엘마요르 대표는 쿠바로 여행을 떠났다가 쿠바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이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쿠바에 여행을 갔다가 쿠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그 뒤로도 여러 번 갔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갈 수 없었다. '차라리 쿠바의 한 마을을 대구로 옮겨보자'라는 마음으로 카페를 차리게 됐다"고 했다.
"쿠바 유명 도시부터 작은 마을까지 다 다녔어요. 그중 '트리니다드'라는 작은 마을이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그곳을 모티브로 엘마요르가 탄생하게 됐죠. 알록달록한 색감과 마을의 정감을 담으려고 했는데 느껴지시나요?"
내부 공간도 쿠바 가정집을 쏙 빼닮았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쿠바 국기를 뒤로 하고 주변을 살핀다. 페인트가 벗겨진 듯한 거친 벽면 위에 이국적인 유리 타일이 붙어있다. 공간 곳곳에는 빨간색, 민트색, 노란색 강렬한 색감의 그림이 걸려있다. 독특한 소품과 장식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박 대표는 쿠바 현지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페인트 색감부터 거친 벽체 표현, 바닥 타일, 창문 하나까지 신경 썼다고 한다. 그는 "쿠바식 창문 창살을 표현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며 발품 팔았다. 쿠바식 창문 창살을 구하기 힘들어서 결국 스페인 수입품을 가져와 달았다. 내부에 있는 그림들과 나무 장식품, 밀짚모자, 소품들도 모두 쿠바에서 사 온 것"이라며 "심지어 음료와 디저트를 담는 컵, 식기마저 쿠바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했다.
"음악도 쿠바 음악만 틀어요. 칵테일바라면 신나는 살사나 레게톤을 골랐겠죠. 하지만 이곳은 쿠바 가정집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콘셉트잖아요. 그래서 도미니카 공화국 전통 음악인 바차타나, 남미의 조용한 바이브가 느껴지는 노래들을 선곡합니다."
세심한 부분 하나까지 신경쓴 박 대표의 노력으로 엘마요르는 중남미인들에게 사랑받는다. 박 대표는 "멕시코, 쿠바, 라틴계 손님들이 많이 오신다. 외국인 손님들이 쿠바 현지를 잘 표현했다고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손님들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국이 아닌 쿠바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 하나하나 최선을 다했다. 쿠바 그대로를 구현했으니, 여권 없이 해외여행 하는 기분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김은지(29) 씨도 연신 감탄하며 사진찍기 바빴다. 김 씨는 "신상 카페를 찾다가 엘마요르를 발견하게 됐다. 색다른 인테리어에 평소 먹어보지 못한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며 "쿠바나 멕시코로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대리만족했다"고 했다.
◆쿠바 가정식 커피를 맛보다
쿠바에 왔으니, 쿠바식 커피를 마셔볼 차례다. 엘마요르는 쿠바 가정식 에스프레소를 판매한다. 시그니처인 카페 쿠바노(5천500원)는 현지인이 집에서 끓여 마시는 커피 맛 그대로 구현한 메뉴다.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설탕이 들어가, 쌉싸름한 첫맛과 달콤한 끝맛을 자랑한다.
카페 쿠바노를 변형한 메뉴도 있다. 카페 엘마요르 레몬, 오렌지(각 6천500원)가 그 주인공이다. 카페 쿠바노 베이스에 레몬·오렌지를 착즙해 넣은 커피로, 진한 에스프레소에 상큼한 과일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 쿠바노, 엘마요르 레몬·오렌지는 오직 뜨거운 커피로만 주문할 수 있다. 폭염에도 뜨거운 에스프레소만 고집하는 쿠바인들의 커피 문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쿠바 사람들은 4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커피를 절대 차갑게 먹지 않는다. 이들의 커피 문화를 알리고자 에스프레소 커피만큼은 뜨겁게 제공한다. 손님들이 쿠바에 왔다고 생각하고 쿠바식 커피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엘마요르에 뜨거운 커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중남미식 디저트도 준비돼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코코 그라니따 에스프레소(7천500원). 아이스크림 위에 얼린 에스프레소와 코코넛 크림, 코코넛칩을 얹은 커피 디저트다.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부드러운 코코넛이 잡아줘 조화를 이룬다.
다른 카페에서 찾아보기 힘든 중남미식 음료도 많다. 피냐 콜라다 스무디(6천원)는 쿠바 칵테일 '피냐 콜라다'의 알코올을 빼고 슬러시로 만든 음료다. 파인애플과 코코넛이 섞인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에 얼음 알갱이가 씹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중남미에서 많이 먹는 과일 중 하나인 구아바를 활용한 핑크구아바 에이드(6천500원), 무알코올 모히또 에이드(6천원)가 있다.
박 대표는 엘마요르가 손님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쁘고 멋진 카페에 가면 왠지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 엘마요르는 쿠바의 자유로움과 흥겨움을 담은 곳이다. 그래서 누구나 반팔,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와도 이상하지 않은, 손님들이 편한 차림으로 쉽게 올 수 있는 휴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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