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벌써 6월? 올해 반이나 갔고…" 전국구 인기 '이지랄 달력'

입력 2024-06-09 13:48:03 수정 2024-07-08 10:15:47

멋글씨 김대연 작가
적당한 비속어 때로 긴장감 해소…손으로 쓴 글씨 컴퓨터서 재조합
크기도 바꾸고 기울기도 다듬어 언어유희 반응 좋아서 달력 제작

※정정보도 합니다※

매일신문은 지난 2024년 6월9일자 인터넷판과 6월 10일자 본지의 〈임터뷰 "벌써 6월? 올해 반이나 갔고…" 전국구 인기 '이지랄 달력'〉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구문화 책자 표지 글씨 작업을 김대연 작가의 작업물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작업물은 김 작가의 글씨가 아닌 권기철 작가의 글씨임을 확인하였기에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김대연 작가의 수정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전국구 인기를 끌고 있는
전국구 인기를 끌고 있는 '이지랄 달력'. 대구 가창 작업실에서 김대연 작가가 이지랄 달력을 들어 보이고 있다.

1월 '몇 살이라고 해야 될지 애매하고 이지랄' 2월 '이월인데 이월된 돈은 없고 이지랄' 3월 '나는 하이트데이 해야겠고 이지랄' 4월 '꽃은 피는데 형편은 안 피고 이지랄' 5월 '어린이날 노는데 어버이날 안 놀고 이지랄'

적당한 비속어는 때때로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 끝에 붙어 쓰이며 남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한 한마디인 '이지랄'이 대표적. 대구에서 활동 중인 김대연 작가의 '이지랄 달력'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벌써 6월. 김 작가가 펼쳐 보이는 달력에 픽~ 하고 웃음이 났다. "올해 반이나 갔고 이지랄"

-자신을 멋글씨 작가라 소개하던데, 멋글씨가 뭔가.

▶멋글씨를 말하기 전에 우선 서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서예는 개칠이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땜빵, 화선지에 일단 쓰고 나면 고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살짝만 고쳐도 붓의 테두리 때문에 티가 많이 난다. 하지만 내가 하는 멋글씨는 화선지에 쓴 글자를 컴퓨터로 옮겨와 데이터화 시켜 디자인 후작업이 이뤄진다. 손으로 쓴 글씨가 컴퓨터에서 재조합 된다는 것이다. 크기도 바뀌고 기울기도 바뀌고 다시 다듬어 지는 것이다.

-서예에 디자인을 접목한 것으로 봐도 되겠나. 그렇다면 두 분야를 모두 섭렵하고 있는건가.

▶섭렵이라고 하니 거창하다. 우선 서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입문했다. 내가 영천 사람인데 아버지가 보시기에 아들이 공부에 뜻이 없어 보이니 동네에서 무료로 가르쳐 주는 한학당에 가면 학원비를 용돈으로 주겠다고 제안을 하셨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붓을 가지고 사자소학 같은 한자를 쓰는 게 꽤 재밌더라.

특히 도구를 다루는 게 참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대학 전공까지 서예로 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서예가로 활동을 하다 2010년도 계명대 시각디자인과 석사 과정을 밟았다. 서예 전공에 디자인 개념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따로 공부를 해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고 2018년도에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박사를 땄다.

-서예에 이어 디자인 공부까지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

▶붓글씨를 쓰다 보면 디자이너들과 일을 할 때가 많았다. 포스터 작업이라든지, 브랜드 디자인 작업이라든지. 그런데 내가 디자인을 모르다 보니 디자이너가 내 글씨를 조합하고 재작업 할 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더라. 그래서 그 모든 과정을 내가 하고 싶어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붓글씨를 쓰고, 데이터화 시켜 재작업하는 과정까지 모두 내가 맡고 있다.

김대연 작가의 멋글씨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 작가의 멋글씨가 활용된 카페 간판, 파리바게트 팸플릿, 지역 축제 현수막, 지역 특산물 포장지.
김대연 작가의 멋글씨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 작가의 멋글씨가 활용된 카페 간판, 파리바게트 팸플릿, 지역 축제 현수막, 지역 특산물 포장지.

-김 작가님의 멋글씨는 어떤 분야에 활용이 되나. 때마다 다양한 필체를 사용하겠다.

▶지역 축제 포스터나 팸플릿, 식당 현판, 책 표지, 브랜드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앞산주택' 간판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따뜻함에 집중했다. 사전 미팅을 할 때 사장님께서 본인이 어릴 때 살던 집이고, 마당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있는 곳이라 하시더라.

그래서 이곳에 쓰이는 글씨는 집 같은 느낌, 포근한 느낌이 좋겠다 싶어서 둥글둥글한 글씨를 썼다. 반면 광동제약에서 의뢰가 들어왔던 녹황당 황칠 제품은 황칠이라는 재료 자체가 거칠거칠하지 않는가. 그래서 날카롭고 무게감 있는 서체가 좋겠다 생각했고, 빠르고 힘 있는 글씨를 썼다.

김대연 작가는 멋글씨 외 순수 서예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김대연 작가는 멋글씨 외 순수 서예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한획 한획이 돌멩이 인데, 이 돌멩이로 돌탑을 쌓았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이 것은 '돌'이라고 읽힌다"

-멋글씨 작가 뿐만 아니라 서예가로서 활동도 꾸준히 하시더라

▶지금 작업실에 걸린 이 작품도 대구서예필묵정신 선정작가 초대전에 걸렸었다. 한획 한획이 돌멩이인데, 이 돌멩이로 돌탑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이는 멀리서 보면 '돌'이라고 읽힌다. 이처럼 순수작업을 하고 싶을 때는 디자인이 접목되지 않은 순수 서예 활동을 한다.

하지만 서예는 '보는 글자'이지 않는가. 쓰인 그대로 그 필체의 멋을 느끼는게 서예인데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읽는 글자'에 대한 결핍이 올 때가 있다. 또 서예는 보통 좋은 사자성어나, 좋은 구절을 가져와 쓰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나만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짧게라도 한번 '읽는 글자'를 써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10살 때 서예를 시작했다는 김대연 작가. 멋글씨 작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서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사진은 서예 전시회 당시 김 작가의 모습.
10살 때 서예를 시작했다는 김대연 작가. 멋글씨 작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서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사진은 서예 전시회 당시 김 작가의 모습.
10살 때 서예를 시작했다는 김대연 작가. 멋글씨 작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서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서예필묵정신 선정작가 초대전에 걸린 김 작가의 작품
10살 때 서예를 시작했다는 김대연 작가. 멋글씨 작가로 유명하지만 사실 서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서예필묵정신 선정작가 초대전에 걸린 김 작가의 작품 '돌'. 한획 한획이 돌멩이 인데, 멀리서 보면 이 돌멩이가 쌓인 돌탑의 모습이며, 이는 '돌'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서예가로 활동하면서의 그 마음들이 이지랄 달력의 탄생으로 이어 진 것 같다. 이지랄 달력이야 말로 김 작가님만의 '읽는 글자'이지 않는가.

▶그렇다. 짧은 글부터 써보자 결심한 뒤 내가 자주하는 말장난이나 언어유희를 붓으로 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인들 반응이 꽤 좋더라. 예를 들면 고진갚네 (고생 끝에 빚을 갚네), 사서고생 (너무 많이 사서 고생), 돈 빌려 줄때만 좋은 행님 (은행님) 이런 문구를 붓글씨로 쓴 것이다.

임팩트 있는 글을 붓글씨로 쓰니 재미가 배가 된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 2017년 이지랄 달력을 만들었다. 매년 가을 이지랄 달력 제작에 들어간다. 글자만 보면 욕 같지만 '이지랄'은 말 끝에 붙여서 추임새처럼 쓰는 사투리이기도 하다. 문장을 무장해재 시킨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단어를 활용해서 재밌게 달력을 만들고 싶었다.

김대연 작가의
김대연 작가의 '이지랄 달력'
김대연 작가의
김대연 작가의 '이지랄 달력'

-이지랄 달력의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멋글씨로 제작되는 것이니 종이에 먼저 쓰고 그걸 컴퓨터로 옮겨 달력이 만들어지는게 맞나

▶아주 잘 이해하셨다.(웃음) 붓으로 달력에 들어갈 문장을 지면에 쓴 다음, 그 글씨를 오려 스캐너에 넣는다. 달력 작업을 위해 글자를 데이터화 시키는 작업으로 컴퓨터로 내 붓글씨가 옮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데이터로 변환시킨 글자는 배치와 자간 작업을 거쳐 비로소 달력의 한 페이지로 완성된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더라. 특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누군가는 이지랄 달력을 대구 특산품이라고 하더라. 대구에서 자주 쓰는 사투리를 활용한 달력이라 그런 것 같다. 2020년에 달력 의뢰를 해준 피자 브랜드 '피자 알볼로'도 기억에 남는다. 이지랄 달력을 보고 인상 깊었다며 고객들에게 증정할 달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는 '피자'를 활용해 '인생피자' '올해도 화알짝 피이자" 등의 문구로 달력을 제작했다.

또 피자알볼로 대표님이 기부를 많이 하신다는 걸 듣고 '피자에 알게 모르게 있는걸 도우라고 해요' 라는 문구도 넣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기억 남는 사례는 따로 있다. 예전에 12월에 '산타 없고 이지랄'이라는 문구를 썼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어린이들은 이걸 보면 안 된다. 어린이 집에 못 걸겠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다음 해에는 '산타 있고 이지랄'로 출시를 했다. (웃음)

10살 때 서예를 시작했다는 김대연 작가. 그는 서예를 전공했고, 꽤 오랜기간 서예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좋은 글귀, 사자성어를 쓰기 보다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었다는 김 작가. 그럿게 김 작가는 붓으로 자신만의 위트있고 위로를 주는 글을 쓰고 있다.
10살 때 서예를 시작했다는 김대연 작가. 그는 서예를 전공했고, 꽤 오랜기간 서예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좋은 글귀, 사자성어를 쓰기 보다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었다는 김 작가. 그럿게 김 작가는 붓으로 자신만의 위트있고 위로를 주는 글을 쓰고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자를 잘 모른다. 공자왈 맹자왈 어려운 말들도 잘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 작가님의 붓글씨는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럴 때가 있지 않는가. 수많은 말이나 장황한 글보다는 짧은 한 마디가 내 마음의 위로가 될 때. 내 글씨가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또한 서예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이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