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기이한 협주곡

입력 2024-06-04 10:24:24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클래식 음악 장르에서 교향곡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는 협주곡으로, 보통 하나 이상의 주요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음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협주곡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독주자에게 매우 어렵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실력과 표현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어떤 협주곡들은 처음 작곡됐을 때, 음악가들이 연주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있다.

협주 악기라고 하면 우리는 대개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트럼펫, 호른, 클라리넷 등 클래식 음악에 쓰이는 표준 악기를 생각하게 되지만, 어떤 악기라도 협주 악기가 될 수 있다. 그중의 하나를 예로 들면 하모니카인데, 브라질 작곡가인 빌라 로보스는 하모니카에 매료돼, 하모니카를 위한 여러 개의 아름다운 작품을 썼다. 클래식 음악 악기로 인식되지 않는 아코디언을 위한 협주곡도 있는데, 비교적 늦게 발명된 악기여서, 20세기 들어서야 많이 작곡됐다.

전자기기도 협주곡 악기로 사용됐는데, 블라디미르 우사체프스키가 1960년에 발표한 '테이프 녹음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테이프에 녹음된 소리를 사용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음악으로 일종의 전자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작곡된 의외의 협주곡으로는 고든 해밀튼의 '비트박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있다. 이 협주곡에서는 손과 후두, 입술, 혀 등을 사용해 타악기 소리를 흉내 내는 연주자인 비트박서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대등하게 협연한다. 2016년에 작곡가의 지휘로 세계적 비트박스 수퍼스타인 탐 터머가 협연한 적이 있다.

물건을 협주 악기로 쓰기도 하는데, 리로이 앤더슨의 '타자기 협주곡'에서는 타자기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여기에서는 기계식 타자기의 상징적인 소리인 키 두드리는 소리(소리의 명확성을 위해 두 개의 키만 사용), 줄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 다음 줄의 첫 칸으로 돌아갈 때 나는 기계의 마찰 소리가 이용된다.

이외에도 특이한 소리를 이용한 협주곡이 있는데, 예를 들면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작곡가 탄둔의 '물에 의한 타악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물 협주곡'이다. 1999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두 개의 유리 대야에 채워진 물을 그릇, 음료수병, 체 등을 사용하여 치거나 튀기거나 붓거나 해서 나오는 음향효과를 독주 악기 소리로 활용한다.

그러나 가장 기이한 협주곡을 하나 소개하자면, 일본계 미국인인 앤디 아키호의 '리코셰'라는 제목의 '탁구 협주곡'이다. 2015년에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은 탁구 경기, 타악기,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삼중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탁구 경기할 때 나는 소리를 타악기 소리로 삼아 네 사람의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이 연주에서, 독주자 중 두 사람은 바이올린과 여러 가지 타악기를 연주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탁구 경기를 했다.

당연히 경기하는 두 사람은 음악가가 아니라 실제 탁구선수들이었으며, 미국 여자 대표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던 아리엘 싱과 2009년 미국 남자 단식 우승자인 마이클 랜더스가 출연했다. 타악기 연주자로 출연한 이 탁구선수들은 실제로 랠리를 하다가 강한 스매싱도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탁구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