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제22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을 향한 전방위 총공세에 나서면서 극단의 정치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뤘음에도 처리되지 못하거나 정부·여당에 의해 거부된 법안들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며 "개원 즉시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민생 입법과 개혁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국회 개원 첫날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21대 국회에서 최종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했다. 22대 국회 역시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21대 국회의 '도돌이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야가 입법 독주를 벌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극단적 대결 정치가 무한 반복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22대 국회는 이전의 국회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고 했다. 이를 실천하려면 최소한 다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민주화 이후 지속되어온 협치의 국회 운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정당의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고,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양보하는 관행을 지켜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라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협의에 불응할 경우 6월 7일까지 22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소수가 몽니를 부리거나 부당하게 버틴다고 해서 끌려다니면 그게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편협한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소수인데 왜 사사건건 "정부를 향해 몽니를 부리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입법권력은 마음대로 휘두르고 행정권력은 견제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있는가?
법정 시한과 다수결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여야의 '합의와 상생'에 기초하고 있는 국회법 정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다. 하버드대 레비츠키와 지블랫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제도적 자제'와 '상호 존중'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규범이라고 강조한다. 만약 민주당이 이런 민주적 규범을 파괴하면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둘째, '포퓰리즘 입법'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1호 법안으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내용을 담은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했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소득에 따라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과 맥을 같이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친다"며 이것은 "마약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13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시행하려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결국 나랏빚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오직 차기 대선을 위해 자신의 공약인 '기본소득'에 집착하는 것은 결코 민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생에 부담을 줄 뿐이다. 어쨌든 국가 재정은 살피지 않고 오직 국민감정에 기댄 포퓰리즘 입법은 국가, 사회,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기기 때문에 추진해선 안 된다.
셋째, 의원들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국민을 위한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해 대장동 특혜 의혹 등 각종 비리 혐의를 받던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22대 국회 당선자총회에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했다.
이는 "의원들은 당론에 귀속되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제46조 2항)과 국회법(제114조의 2)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반개혁적 발상이다.
협치와 상생의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대선용 포퓰리즘 입법을 양산하고, 민주당 의원들을 이 대표와 지도부의 뜻에 기반한 당론에 꼼짝달싹 못 하게 하는 것은 '이재명의 입법부'를 만드는 것이고, 결국 22대 국회를 죽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명을 '여의도 대통령'으로 만들어 차기 대선을 위한 주단을 깔기 위한 것이다. 이제 국민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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