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를 줄인 조어 '하말넘많'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근래 '드라마 속과 다른 실제 TK(대구경북) 사투리 강의'로 큰 인기를 얻은 구독자 53만 명의 유튜버 2인(강민지, 서솔)이 그들 중 한 명의 고향인 대구를 찾은 동영상이 최근 화제였다.
이들은 동성로 떡볶이골목, 진골목 미도다방, 김광석 거리, 안지랑 곱창골목 등 대구 명소를 찾았다. 대구 하면 떠올리는 별미가 된 납작만두, 마실 걸 시키면 그냥 주는 미도다방의 센베이와 웨하스 등 공짜 과자들, 역시 대구 연관 키워드인 막창구이 같은 먹거리들이 여느 여행 영상처럼 시선을 끈 가운데, '맛' 말고 '말'도 귀에 들어왔다.
"다들 지방으로 내려와서 같이 살자! 저렇게 교통체증이 덜한데, 우리가 왜 다 서울에 모여 사는 거야?"
서울처럼 출·퇴근길 교통체증도 없고(대구는 있다고 해도 달구벌대로 잠깐), 콩나물시루를 넘어 지옥처럼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을 가리키는 '지옥철'도 없는 '지방'을 얘기하며, 우리가 서울에서 왜 그렇게 고생하며 살아야 하느냐는 얘기였다.
이어 비현실적이지만 그 나름 들어볼 만한 해법도 제시했다.
"우리 다 같이 내려가면 (어떨까요)? 괜찮잖아요? 여러분들? 아니면 우리가 도시 하나를 사자! 십시일반으로."
실은 누구나 여행을 가 감격스러워 종종 꺼내는 말이 "여기서 살고 싶다"이니, 그런 맥락에서 가볍게 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뭔가 '사자'는 말의 배경엔 꽤 의미심장한 필요와 욕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지방 행정가들이라면 저 말을 듣고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과밀된 서울과 수도권이 마냥 정답은 아니겠구나, 거길 떠나고 싶은 이유들이 분명 있겠구나, 대안이 될 도시를 공동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대한상공회의소가 2030세대 수도권 거주자 350명에게 비수도권 이주 의향을 물었더니 31.7%가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은 서울로'라는 통념을 생각하면 의외의 숫자다.
물론 비수도권 거주자 327명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도 36.5%가 수도권 이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다만 100%에 가깝지 않아 의외였다.
둘을 더해 총 687명에게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 도시가 갖춰야 할 교통 환경에 대해 물었더니 '편의시설 등 주요 인프라가 집중된 도심과의 연결성 향상'(35.8%)이 '수도권과의 접근성 향상'(29.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프라를 잘 갖춘 도심=서울'인 현실에서 그런 도심이 서울이 아닌 곳에 생긴다면 그곳을 선택하겠다는 함의가 읽힌다.
대한상의 측은 "MZ세대는 자기 삶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일신문에 '아파트 악성 미분양 증가' '도심 상권 공실 넘쳐' 같은 제목만 이어지다 어느 날부터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발 'TK 통합' 주제의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을 합친 대구를 서울과 양대 축 수준의 도시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이게 어른들만 이익을 보는 거대 담론은 아니었으면 한다. 정책을 짜는 단계부터 젊은이들의 다양한 필요와 욕망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들어 줬으면 한다. 통합된 TK가 시간이 좀 흘러 진가를 발휘할 때쯤엔, 떠나지 않아 줘 고맙고 또한 돌아와 줘 고마운 그들이 TK의 주축 세대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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