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피해자 "웃는 사진 강요해 합의 성관계 주장"

입력 2024-05-20 09:23:13 수정 2024-05-20 09:26:04

지난 2019년 발생한
지난 2019년 발생한 '버닝썬게이트' 피해 여성. BBC뉴스코리아

2019년 이른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버닝썬 게이트' 피해 여성이 자신의 경험담을 폭로했다.

지난 19일 BBC의 유튜브 채널 'BBC뉴스코리아'에는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버닝썬을 방문했던 여성 A씨는 평소 여성들끼리만 테이블을 잡고 함께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날 A씨는 남성이 주는 술을 한두 잔 마시고 심한 취기를 느꼈다고 한다.

A씨는 화장실에서 아는 동생과 '나 오늘 이상한 것 같아. 되게 빨리 취하는 느낌이야' '나 앞으로 술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등의 얘기를 나누고 자리에 돌아왔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A씨와 함께 있던 이는 버닝썬에서 자신에게 술을 준 남성으로 강제로 옷을 벗기고 소리를 지르려는 A씨의 입을 틀어막았다. A씨는 저항했으나 남성은 A씨의 몸 위에 앉아 짓누르고 있었다. A씨는 "입을 계속 양손으로 틀어막고 심폐소생술 하듯이 막 짓눌렀다"라며 "입도 너무 아프고 위에서 깔고 앉아 있으니까 갈비뼈도 너무 아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그냥 저를 죽일 것 같았다"며 "제가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행위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니까 무서웠다.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진 후 A씨는 구토를 한 후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집에 보내달라고 빌었다. 남성은 사진을 찍으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웃으라고 하는데 웃음이 안 나오고 얼굴을 가리고 싶었는데 얼굴을 못 가리게 하니까 그냥 브이를 했다"라며 "그렇게 급하게 방에서 나오게 됐다. 근데 사실 기억이 흐릿하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남성은 여성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성관계가 합의 하에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전직 MD인 한 남성은 "물뽕이라는 마약은 굉장히 많이 사용됐다. 버닝썬에서 물뽕을 먹고 정신이 나간 여자애들을 거의 매일 봤다"고 했다.

'물뽕'은 클럽 버닝썬에서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약물로, 감마히드록시 뷰티르산(GHB)이란 마약류를 이르는 말이다. GHB가 인체에 들어가면 10~15분 이내 기분이 좋아지고 술에 취한 듯한 상태가 돼 '데이트 강간 약물'로도 유명하다. 흰색 가루 형태로 된 이 약물은 주로 술이나 물 등 음료에 타서 복용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물뽕'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