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공화국]<26> ‘범죄도시4’만 흥행질주, ‘부익부 빈익빈’ 영화판

입력 2024-05-11 06:30:00

‘범죄도시4’, 전체 스크린 시장 82% 싹쓸이
몇몇 흥행 상업영화 외엔 전체 생태계 고사 직전
유명 배우들조차 “출연료 적게 받을테니, 일하게 해달라”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디지털콘텐츠(DC) 상생협력지원센터이 스크린 독과점의 폐해를 지적하는 이미지. 출처=상생협력지원센터
'범죄도시4'가 10일 누적 관람객 900만명 돌파했다. 출처=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5월 대한민국 스크린을 마석도(마동석 배우)가 장악했다."

2024년 5월 영화관에서 볼 만한 국내 영화가 '범죄도시4' 뿐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뭘 볼까?" 고민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10일 현재 누적 관람객 900만명을 넘어섰고, 곧 1천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많이 찾아본 영화' 순위에서도 '범죄도시4'가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2~4위는 혹성탈출, 악마와의 토크쇼, 스턴트맨으로 헐리우드 영화가 랭크돼 있다. 5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6위 역시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는 차지했다. 7위에 국내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올라와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세계 속 영화강국이자,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 장르별로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디지털 안방극장 시대(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로의 변화와 함께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줄었으며,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면서 영화판 생태계마저 파괴되고 있다.

'범죄도시4'가 전체 스크린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도시4', 전체 스크린 82% 싹쓸이

지난달 24일 개봉한 '범죄도시4'는 전체 스크린의 80% 이상을 싹쓸이했다. 시장 독식은 당연히 흥행으로 이어졌다. 개봉 첫날 82만을 기록했고, 개봉 5일째인 28일 누적 425만을 기록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영점유율은 27일 82%, 28일 81.8%를 기록했다.

볼만한 상업영화가 나오면 스크린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해 천만 영화로 큰 화제를 몰고 온 '서울의 봄'이 최대 상영점유율 61.1%를 기록했고, 역시나 가장 최근 천만 영화로 인기몰이를 한 '파묘'의 경우는 59.9%였다. 범죄도시 시리즈 중에는 '범죄도시2' 71.5%, '범죄도시3' 70.3%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해 영화평론가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독점도 이런 독점이 없다. 아무리 개봉하는 영화가 없는 비수기라고 하더라도 특정 영화가 상영점유율 82%, 매출액 95%를 차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점점 죽어가고,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말도 이제는 사치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한국영화 죽이기'의 저자인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궁극적으로 스크린 독과점은 영화산업을 좀먹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해 영화의 향유권 및 다양성을 침해하고 신규 인력의 영화계 진입을 가로막는 등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디지털콘텐츠(DC) 상생협력지원센터이 스크린 독과점의 폐해를 지적하는 이미지. 출처=상생협력지원센터

◆영화산업 종사자들 "일하고 싶어요."

영화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영화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제작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소재로 이색적인 영화를 제작하려는 감독들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배우들도 "출연료 적게 받아도 좋으니 일하고 싶어요."라고 토로한다. 김지석, 이장우, 오윤아, 한예슬 등 유명한 배우들조차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조연급 한 배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하고 배우들 사이에선 이제 우리도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 섭외가 없거나 작품이 무산돼 뮤지컬, 연극 무대에라도 서고자 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낙담했다.

외주 제작사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 그나마 큰 규모의 제작사들은 살아남았지만, 중소 제작사들은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 일감 자체가 없다보니, 특정 라인을 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영화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 영화 제작과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지원 예산을 반 토막으로 축소하는 예산안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판 종사자들이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