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첫 '트리플 천만' 앞둔 '범죄도시', 스크린 독점 논란

입력 2024-05-09 11:08:04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걸린 범죄도시4 포스터.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걸린 범죄도시4 포스터. 연합뉴스

배우 마동석이 이끌어온 액션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트리플 천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 독점 논란이 불붙었다.

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범죄도시 4'는 전날 12만4천여명(매출액 점유율 60.3%)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884만3천여명으로 불어났다.

'범죄도시 4'는 이번 주말쯤 무난히 1천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범죄도시' 시리즈는 '트리플 천만'을 달성하게 된다. 외국 영화로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국내에서 3편의 천만 영화를 냈지만, 한국 영화 중 천만 영화 3편을 낸 시리즈는 아직 없다.

'범죄도시 4'의 흥행은 작품성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범죄도시 4'가 블랙홀처럼 관객들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한국 영화들이 '범죄도시 4'와 같이 극장에 걸리기를 피한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범죄도시 4'가 극장가의 중심 이슈로 자리 잡은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 '범죄도시 4'와 같은 날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포함한 독립예술영화 몇 편이 전부였다.

오는 15일 변요한·신혜선 주연의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가 개봉할 때까지 '범죄도시 4'의 한국 상업영화 경쟁작은 없는 셈이다.

같은 기간 할리우드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4월 17일), '챌린저스'(4월 24일), '스턴트맨'(5월 1일) 등이 개봉했지만, '범죄도시 4'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범죄도시 4'가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한 현상이 벌어졌다. 극장들도 '범죄도시 4'의 흥행을 점치고 경쟁적으로 스크린을 몰아줬다.

'범죄도시 4'는 개봉 직후 상영점유율이 82.0%까지 올랐다. 국내 극장의 하루 상영 횟수 중 '범죄도시 4'의 비중이 80%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상영관 좌석 중 '범죄도시 4'에 배정된 좌석의 비중을 가리키는 좌석점유율은 최고 85.9%를 기록했다.

그만큼 나머지 영화는 관객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졌다. 올해 첫 번째 천만 영화인 장재현 감독의 '파묘'만 해도 개봉 초기 상영점유율이 50%대에 머무른 점을 고려하면 '범죄도시 4'의 독식은 더욱 두드러진다.

'범죄도시 4'가 일단 흥행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리즈의 성공을 위해선 작품성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연뿐 아니라 기획, 각본, 제작도 주도해온 마동석은 8편까지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8편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 있다.

'범죄도시 4'는 약간의 변주를 기하긴 했지만, 전작들을 답습한 수준을 크게 못 벗어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과감하게 변화를 도입하되 지금도 높이 평가되는 1편의 DNA를 잘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