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종식' 일단 폐업부터?…"지원책 모르는데, 뭘 믿고 폐업하겠나"

입력 2024-05-06 15:06:56 수정 2024-05-06 20:37:53

폐업·전업 행정 절차 시작, 업자들 반발
개식용 영업 신고 마감 목전, 8월에는 전‧폐업 계획 제출
절차는 한창 진행 중인데…지원 대책은 빨라야 8월 말 공개
농식품부, 업자들 반발에 “피해 없도록 대책 마련, 시행”
대구시 “전담팀 중심으로 부서 간 협조, 효율적 대응”

개식용 종식법 시행에 따른 폐업절차 등이 진행 중인 가운데 칠성개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정운 수습기자
개식용 종식법 시행에 따른 폐업절차 등이 진행 중인 가운데 칠성개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정운 수습기자
지난 1월 1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임미연 위원장이 보신탕집 상인들과 함께 대구시에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1월 1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 임미연 위원장이 보신탕집 상인들과 함께 대구시에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식용 종식법) 시행에 따른 폐업‧전업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지 않은 정부를 향한 업자들의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5일 농업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는 7일까지 개식용 관련 업자들은 각 지자체에 영업장 운영신고서를 작성‧제출하고, 오는 8월 5일까지는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지난 2월 6일 공포된 개식용 종식법에 따른 행정 절차로, 기한 내에 영업 신고나 이행계획서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전업‧폐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업자들은 대부분 정부 안내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고 있으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앞서 약속했던 전‧폐업 지원 대책의 구체적 로드맵이나 예산 규모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에서 수십년간 영업을 해온 업주들은 "우리가 뭘 믿고 폐업할 수 있겠냐"며 정부를 향한 불신을 쏟아냈다.

식당 주인 A씨는 "지원만 제대로 해준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면서도 "무슨 지원을 얼마나 해준다는 말이 없지 않느냐. 일단 그만두고 보라는 식의 (정부) 태도는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B씨는 "이 나이까지 해본 게 이 일뿐이다. 업종 전환을 하려 해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 사이의 생계비를 나라에서 최소한이라도 지원해준다 약속해주지 않으면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업자들은 영업 신고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영업 사실과 판매액을 입증할 목적으로 세금계산서와 간이영수증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제출할 수 있는 업자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장 내 현금거래를 선호하고, 육류 수급처도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확한 증빙자료가 없더라도 영업을 해왔다는 '정황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일단 신고를 받겠다는 식으로 방침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규모는 예산이 확정된 이후에 공개할 예정인데, 아직 재정 당국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업자들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행령 공포를 준비하고 있다. 시행령이 공포되면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수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개식용 종식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중심으로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꾸려진 대구시 TF팀에는 농산유통과‧위생정책과 등 9개국의 20개 부서 33명이 포함됐다.

최상욱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대구시는 다양한 업종의 형태로 사각지대에 있는 개 식용 관련 영업장에 대해 효율적 대응을 위해 경제국장을 팀장으로 개 식용 종식 전담팀을 구성했다"며 "농장·도축장·유통·식품접객업을 포함한 관련 영업장에 대해 대구시 관련 부서 간 업무 추진을 위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