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무죄 주장한 前 서울경찰청장 "누구도 이런 사고 예상하지 못해"

입력 2024-04-22 19:55:56 수정 2024-04-22 19:56:51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첫 재판이 22일 열린 가운데, 김 전 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청장 등을 상대로 1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 전 청장은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사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한 명의 국민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핼러윈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는 것만으로 압사 사고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유사한 정보를 갖고 있던 어느 누구도 이런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김 전 청장이 사고 전에 수차례 보고를 받았고 최소 2주 전에 인지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았다.

검찰 측은 "당시 구체적인 지시가 아닌 막연한 지시에 그쳤고, 유관기관 사이 협력도 얘기 하지 않았다"며 "사고 직후에도 이를 파악하려 하지 않아, 기동대 투입 등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상황실에서 근무했던 112상황 관리관 류미진 총경과 당직 근무자였던 정 모 전 112상황 3팀장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김 전 총장 등의 무죄 주장에 흐느끼며 눈물을 보였다.

공판이 열리기 30분 전에 먼저 서부지법에 도착해 있던 유가족은 김 전 청장의 주위를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내 새끼 살려내"라며 고성을 지르고 김 전 청장의 머리채를 잡아 뜯었다. 일부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참사 생존자 김초롱 씨의 글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씨는 "놀러 가서 죽은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겁니다. 우리 모두는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국가가 지켜주는 게 맞는 거예요'"라는 말을 심리 상담사가 아닌 국가로부터 듣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영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는) 김 전 청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159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며 "분명하게 밝혀 역사에 남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6월 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