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국민은 왜 국민의힘을 버렸나? 2022년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말한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굴레에 갇혔기 때문이다. 민심 위에 윤심과 당심을 둔 망언이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2023년 당대표 선거 때 민심을 배제했다.
원래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대표를 뽑는 당헌‧당규를 '당원 투표 100%'로 바꿨다. 그 덕분에 2023년 윤심이 점지한 김기현 대표가 뽑혔다. 그 결과 민심을 전해야 할 국민의힘은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국민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17.15%포인트(p) 격차로 이겼다.
강서구의 21대 총선 격차가 18.08%p였다. 2022년 대선 때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2%p 이겼지만, 민심이 완벽하게 옛날로 돌아간 것이다. 중산층, 2030세대, 중도층 모두 등을 돌렸고, 다수의 무당층이 민주당을 선택한 결과였다. 가장 큰 이유가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 오만과 불통에 대한 반감이었다. 다음 이유가 왜곡된 당정 관계였다. 당은 일찍부터 김태우 후보의 열세를 알았지만, 윤심을 거역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이번 총선의 예비시험이자 복사판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조금도 배우지 못하고, 아무것도 고치지 않았다. 몰라서 그런 게 아니다. 국민의힘 의총에서 "다 같이 용산 가서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도끼 상소라도 올렸어야 한다"(허은아 의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끝내 윤심이 먼저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조차 "난 온돌방 아랫목에서 큰 사람이다. 월권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일보 전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신 운동권 심판론, 이‧조 심판론을 꺼내 들고 야당과 싸웠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화난 민심은 싸늘한 성적을 매겼다.
이번 총선 민심은 자기 종아리부터 회초리로 치라는 것이었다. 놀랍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강력하다. 반론은 크게 다섯 가지다. 이른바 '졌짤싸'(졌지만 잘 싸웠다)론이 첫째다. "참패는 했지만 4년 전보다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p로 줄었다"(박수영 의원)는 정신 승리법이다. 둘째는 우민(愚民)론이다. 범죄자, 파렴치범들조차 뽑은 국민이 문제라는 거다.
셋째는 '왜곡된 제도'론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득표율 차가 5.4%p인데, 의석 차가 67석이나 난 것은 소선거구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넷째는 영남 원억(冤抑)론이다. "당이 영남 중심이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 못 하는 것"(윤상현 의원)이라는 비판에 대해, "물에 빠져 익사 직전 당을 구해 준 영남 국민에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고, 한술 더 떠 물에 빠진 책임까지 지라는 것"(권영진 의원)이라는 반박이다. 마지막은 중도층 환상론이다. 중도층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환상에 빠져,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게 패인이라는 반론이다.
요컨대 민심의 심판이라거나 국민의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선거에 조금 졌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해석도 그 나름 근거가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이 세 번이나 총선에 연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것만으로 이미 심각하다. 또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밀려나 영남 지역당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단순한 선거가 아니라 국가 체제의 앞날을 좌우할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였다. 한미동맹, 북한핵, 법치, 자유시장, 원자력 등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러나 더 아픈 현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얼마 후면 각종 국감을 비롯해 탄핵의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그렇게 3년을 버틴 후에는 희망이 있는가? 민심을 부정하는 정신 승리법으로는 희망이 없다. 국민이 정권과 체제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규칙을 부정하지 않는 한 민심은 절대 옳다. 설사 민심이 틀려도, 그 속에서 목적을 쟁취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 국민은 우민이 아니다. 우리 국민을 굳게 믿고, 그 민심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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