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On] 한동훈 언제 복귀할까…선거 패배에도 지지세 굳건

입력 2024-04-19 06:30:00 수정 2024-04-19 16:55:47

◆패장이지만 지지여론 많아…국회 화환 줄지어
◆선거 기간 한계와 가능성 동시에 보여줘…전략은 실책
◆복귀 시점도 중요하지만 착실히 미래 지도자 준비해야

17일 오전 국회 헌정회관 앞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국회 헌정회관 앞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여전히 관심 대상이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층은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지자들은 화환으로 응원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로 그를 맹비난했지만 당원들의 관심은 숙지지 않고 있다.

4년 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선 대배와 함께 사실상 정치권에서 물러났지만 같은 처지인 한 전 위원장은 벌써 복귀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한동훈

한 전 위원장은 총선에서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여당 선거를 총괄하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직전까지 그는 검사에 이어 법무부 장관으로 살아왔다. 비교적 시(是)와 비(非)가 분명하고, 판단의 범위가 폭넓지 않으면서 매뉴얼에 충실한 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삶이다.

옳고 그름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때론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며 논리만큼이나 감각(感覺)이 중요한 정치는 행정과 다른 세계다. 더욱이 선거 국면은 상대의 전략에 대응해 고도의 순발력이 필요하다. 정치 감각이 더더욱 필요한 게 선거전이다.

정부 여당으로선 벼랑 끝 절박한 상황에서 현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동훈을 선택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 국회의원에 맞서 싸움닭 기질을 보이면서 보수층에 팬덤을 가진 게 유일한 자산이었다.

비대위원장 취임 후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정권 심판론에 맞서 86운동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할 때는 거칠고 거침이 없었다. 잊고 지냈던 과거의 먼 민낯까지 소환해 화력을 쏟아부었다. 보수층은 열광했다.

선거 기간에는 이재명 대표에다 조국 대표까지 엮어 '이·조 심판론'을 내세웠다.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조국' 싸움으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홀로 전국을 다니면서 이·조 대표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선거 막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읍소 전략까지 내세워 개헌 지지선 확보를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4년 전(103석)에 비해 의석 수가 늘어난 것(108석)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역대 여당이 총선에서 이번처럼 굴욕적인 참패는 없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워낙 거셌다. 이종섭 전 대사 사태와 김건희 여사 건, 대파 논란 등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벌어진 난맥상은 정부 심판론에 불을 질렀다.

여당의 전략 부재도 한 몫했다. 한 전 위원장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여당의 선거 전략은 민생이었다. 야당의 공세를 뒤로 한 채 민생만 줄곧 강조해도 크게 패하지 않았던 게 과거 선거였다.

국민의힘은 달랐다. 한 전 위원장이 가장 잘하는 영역을 선거 전략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86 심판론'과 '이조 심판론'은 정부 심판론에 막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치는 힘과 의지 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유리된 채 밀어붙이는 힘과 의지는 국민들과 더욱 멀어지게 한다.

'정치인은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대중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 특히 선거 때는 더욱 그렇다. 한 전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범죄 혐의가 짙고 수감 가능성이 농후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비판하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오늘내일의 삶이 더 중요하다. 그 점을 간과한 건 한 전 위원장이 여전히 엘리트 검사의 시각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며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며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한 전 위원장은 패장이지만 당원들의 지지는 변하지 않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출마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지지자들은 국회에 그에 대한 지지 및 복귀를 바라는 화환을 150m나 늘어놓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주변에서는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본다. 맺고 끊는 면이 확실한 탓에 명분 없이 당장 복귀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황교안 전 대표와는 다른 지점이다.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후 정치적으로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는 선거 책임론과 닿아 있다. 당원들은 4년 전 총선 패배는 황 전 대표 탓이지만 이번 선거 패배가 한 전 위원장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당내 여론도 그렇다.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선거 패배는 99%가 윤 대통령 때문이다. 2년간 업보를 쌓았고 선거 과정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악영향을 줬다"며 "한 전 위원장도 정치 경험이 없어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부산은 지켜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한 전 위원장 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331명) 중 44.7%가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18.9%,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9.4%, 유승민 전 의원 5.1% 순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어떻게 쉬느냐가 중요

한 전 위원장은 여전히 보수층에서 필요한 정치인이다. 73년생으로 젊은 데다 강한 공격력과 언변은 보수 정치인 중에 단연 뛰어나다. 비록 패했지만 총선을 이끌면서 여의도 정치 메커니즘도 숙지했을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범야권의 맹렬한 윤석열 정부 공격을 지켜보면 보수층은 한 전 위원장을 더욱 그리워할 가능성도 있다.

현실 정치 복귀 경로는 다양하다. 당장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더라도 재보궐 선거를 비롯해 복귀의 경우의 수는 적지 않다. 다음 대선을 겨냥하면 재보궐 선거에 눈독을 들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026년 지방선거도 복귀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의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어서다.

복귀 시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쉬느냐가 더 중요하다.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게 많다. 분야별 전문가들과 공부를 하는 건 필수다. 특히 경제, 외교 및 남북 관계, 사회의 주요 이슈 등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일천한 게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진영 간 대결이 격한 한국 정치에서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상상력과 고도의 정치력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