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병원 없어 김해→부산으로 '뺑뺑이'…60대 여성 숨져

입력 2024-04-17 20:54:39

병원없어 김해에서 부산으로 갔지만, 결국 수술 못 받고 사망
약 5시간 만에 제대로 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 이송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경남 김해시에서 대동맥박리 환자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환자는 최소 6곳 이상의 병원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국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17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4시 9분 쯤, 60대 여성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4시 23분 쯤 도착한 소방은 A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는 동시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소방은 병원을 쉽게 구하지 못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A씨의 자녀에게 "병원 10여곳을 알아봤는데 진료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계속 알아보고 있다"며 "(가까운) 부산 쪽으로 알아보겠지만 안되면 창원이나 멀리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한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Y대학 병원을 포함한 6곳의 병원에선 "병상 없음, 진료할 의사 없음" 등을 사유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특히 Y대학병원의 경우 소방이 여러 차례 수용 가능 여부를 물어봤으나,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를 실은 구급차는 1시간 가량 어떤 병원으로도 이동하지 못했다.

A씨는 결국 오후 5시 25분 쯤 부산 동래구의 D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는 신고지로부터 약 22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A씨를 받아주는 곳은 이곳 뿐이었다.

하지만, A씨의 가족에 따르면 D병원에서도 A씨는 2시간 가까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했다. A씨는 응급실에 도착한 후 피 검사, 혈압 검사 등 몇 가지 검사만 받은 채 병원 측으로부터 퇴원을 권유받았다.

A씨가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병원 측에 CT 검사 등을 요구하고 나서야 병원 측에선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고, '대동맥박리'를 진단 받았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 벽이 찢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게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D병원에서는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했다는 데 있다. 이에 D병원은 A씨를 부산 서구의 B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고, A씨는 신고 시점으로부터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8시 20분이 돼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도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A씨는 결국 수술도 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말았다. A씨는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정지 판단을 받았고, 오후 10시 15분 쯤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같은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대동맥박리' 이송 지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씨가 사망하기 불과 5일 전인 지난달 26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산에 사는 50대 환자가 15곳의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했고, 뒤늦게 울산으로 이송돼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엿새만인 지난 1일 안타깝게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