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강대강 대치 "고통주겠다"

입력 2024-04-17 15:57:41

미국·EU는 확전 방지 위해 이란 제재 나서

첫 공습을 주고받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강대강 대치로 확전이 우려된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관계자가 지난 13~14일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떨어진 이란 탄도미사일을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첫 공습을 주고받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강대강 대치로 확전이 우려된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관계자가 지난 13~14일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떨어진 이란 탄도미사일을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첫 공습을 주고받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강대강 대치로 확전이 우려된다. 양측은 서로 "고통을 주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도 전쟁을 막기 위해 이란을 겨냥한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 이란·이스라엘 서로 "고통 주겠다"

이스라엘은 당장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보다 시간을 끌면서 이란에 불안감을 주겠다는 방향으로 보복의 가닥을 잡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전시내각 회의가 끝난 뒤 이스라엘 당국자가 '계획은 (이스라엘) 대응이 무엇인지 이란이 계속 추측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15일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영리한 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현재로선 이스라엘이 잠재적 대응을 미룸으로써 이란이 계속 추측하도록 만들게 해도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게 이스라엘 생각"이라며 "그들(이란)이 불안에 떨게 하자"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대응이 이란의 내부 또는 외부를 겨냥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복은 사이버 공격, 제3국 이란 자산 타격, 드론 제조 현장 공격 등 배후를 주장하지 않고 스파이 기술과 비밀 행동에 의존하는 '그림자 전쟁'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이란의 공습 표적인 네바팀 공군기지를 방문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략적 능력을 훼손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공중전에서 이란에 우위를 보여줄 '강철 방패' 작전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란도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재반격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향해 "이란의 이익에 반하는 어떤 작은 행위라도 가해자에게 엄중하고 광범위하며 고통스러운 대응을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차관도 이스라엘의 재반격 움직임을 두고 "이스라엘은 며칠이나 몇시간이 아닌 단 몇초 만에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대변인은 "누구든 선을 밟는다면 우리가 사악한 이스라엘에 가했던 공격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응으로 그 발을 잘라낼 것"이라고 했다.

◆미국·EU도 이란 제재 칼 뽑는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을 진정시키고 확전 위기를 막기 위해 이란을 겨냥해 제재의 '칼'을 꺼내든다.

미국의 신규 제재는 이란의 미사일과 정예군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지원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에 대해 며칠 내로 신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들, 그리고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제재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프로그램, 이란혁명수비대와 이란 국방부를 겨냥한다"며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 역량의 효과를 약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수일 안에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채택할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석유 수출 등과 관련한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EU도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EU 27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이란 제재와 관련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일부 회원국이 대이란 제재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며 "제안된 제재를 토대로 구체적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란이 중동 내 대리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며 레바논 국경지대나 예멘,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이란산 무기가 사용된 정황을 예로 들었다.

다만, 유럽의 일부 당국자들은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겨냥한 조치로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을 경계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히 네덜란드, 스웨덴, 체코는 이란혁명수비대를 직접 겨냥한 제재를 요청했지만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다수 국가가 반대했다고 외교관 3명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