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누아르 투톱 양조위·유덕화 20년만에 뭉쳤다

입력 2024-04-03 19:30:00

'무간도' 각본 쓴 좡원창 감독 신작 '골드핑거' 10일 개봉

영화
영화 '골드핑거' 메가박스중앙 제공

홍콩 톱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62)와 류더화(유덕화·63)가 20년만에 호흡을 맞춘다. 10일 개봉하는 좡원창(장문강) 감독의 신작 '골드핑거'에서다. 두 스타는 홍콩 누아르 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무간도' 시리즈에서 잊을 수 없는 연기를 펼쳤다.

'골드핑거'는 홍콩의 밑바닥에서 무일푼으로 출발해 금융 범죄로 막대한 부를 쌓아 거대 그룹의 수장에 오른 청이옌(량차오웨이 분)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누아르 영화다.

국가권력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거물로 성장한 청이옌과 그의 범죄를 파고드는 홍콩 반부패수사국 수사관 류치위안(류더화)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다룬 '골드핑거'는 누아르긴 해도 폭력 조직의 집단 난투극과 같은 대규모 액션 장면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몇몇 액션 장면은 분량이 적긴 해도 상당한 긴박감을 불러일으키고 강도도 높다.

금융 범죄의 복잡한 구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도 '골드핑거'의 관심사는 아니다. 청이옌의 금융 범죄는 분석적으로 묘사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그려진다.

청이옌이 주가조작으로 돈방석에 앉아 해운사, 보험사, 정유사, 호텔에 영화사까지 인수해 카르멘 그룹이라는 부의 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이 팝송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가 흐르는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금융 범죄에 관한 분석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청이옌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헹가래를 받거나 초고층 빌딩에서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는 장면 같은 것으로 그의 성공을 보여준다.

'골드핑거'의 초점은 캐릭터에 맞춰져 있다. 일그러진 자본주의의 탐욕을 대변하는 듯한 청이옌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4)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연상시킨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탐욕의 추동을 받아 파국으로 치닫는 청이옌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스카페이스'(1984)의 주인공 토니 몬타나(알 파치노)를 닮기도 했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내달리면서 성격이 바뀌거나 내적 갈등을 겪기도 하는 벨포트나 몬타나와 비교하면 청이옌이라는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느낌이다. 청이옌의 전사(前事)도 거의 없어 그가 왜 그런 범죄자가 됐는지 알기도 어렵다.

류치위안도 정의의 화신과 같다는 점에서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청이옌의 범죄를 수사하는 류치위안은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가족이 위험에 처해도 그를 멈춰 세우진 못한다.

청이옌과 류치위안을 양쪽에 둔 '골드핑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한 선악의 대결 구도를 이어간다. 선악의 경계를 넘나들고 반전을 거듭하는 '무간도'와는 대조적이다.

량차오웨이와 류더화는 이번에도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연기를 펼친다. 특히 량차오웨이는 탐욕으로 똘똘 뭉쳤으면서도 시종 웃음을 머금고 희극적 분위기를 풍기는 빌런 청이옌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골드핑거'는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홍콩에서 급속히 성장한 캐리언 그룹이 회계 조작 등으로 몰락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도 1980년대 홍콩이다.

제작비가 홍콩 영화로는 역대 최대인 3억5천만홍콩달러(59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홍콩 개봉 당시 5주 연속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