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공화국]<20> “난 누군가?” 히트곡 하나 없는 국민 트로트 가수

입력 2024-03-30 06:30:00 수정 2024-03-30 14:36:54

트로트 열풍 양적 팽창 충분, 이제 질적 발전 도모해야
‘기존 히트곡 누가 잘 부르나’ 장기자랑 하듯 경쟁
TV조선, MBN 방송사 “새 가수의 새 히트곡 발굴에도 힘 써야”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잘 나가는 트로트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자 하는 의도는 없음을 밝히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 안방에 트로트 열풍이 지금도 불고 있다. 트로트 가수에 열광하는 있는 현장의 관객들. TV조선 제공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 안방에 트로트 열풍이 지금도 불고 있다. 트로트 가수에 열광하는 있는 현장의 관객들. TV조선 제공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안방에 트로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TV조선의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이 불씨를 지폈다. 우승자인 송가인과 임영웅은 단번에 대한민국 톱가수 반열에 올랐으며, 더불어 대구경북 지역 연고가 있는 영탁, 이찬원, 김호중 가수도 국민가수 대접을 받고 있다.

엔데믹(코로나 바이러스 종식)에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2탄, 3탄을 통해 계속해서 무명의 훌륭한 가수들를 발굴해내고 있다.

퇴근 후 뉴스기간대인 8시와 9시를 지나면, 온통 트로트 세상으로 변한다. TV조선과 MBN은 밤만 되면 원곡 가수만큼이나 노래를 잘하는 끼많은 후배들의 노래를 들려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히트를 친 명곡들의 무한반복이다.

트로트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곡(신곡)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원곡 가수들을 불러놓고 그저 장기자랑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냥 멍하니 시청하기에는 더없이 좋지만, 그저 노래방에서 명곡 울궈먹는 수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탄생시킨 초특급 국민가수 임영웅(당시 1위(진) 등극). TV조선 제공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탄생시킨 초특급 국민가수 임영웅(당시 1위(진) 등극). TV조선 제공

◆히트곡 하나 없는 국민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나 영탁 등 몇몇 가수들은 자기 노래를 히트치기도 했지만 대다수 트로트 가수들은 변변한 자기 히트곡 하나 없이 그저 기성 가수들의 노래로 무대를 때우고 있다.

'트바로티'(트로트+세계적인 성악가 '파파로티' 합성어)라는 닉네임(별명)을 갖고 있는 김호중 역시 '원히트 원더'(한곡 대히트)도 되지 못하고 있다. 김호중은 트로트와 성악을 병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세계에 한국만의 트로트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 그의 콘서트조차 남의 노래가 더 많은 현실이지만, 현재 안드레아 보첼리의 2곡을 받는 등 대히트곡 탄생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 김호중은 성악과 접목한 크로스오보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트로트 안방 열풍이 불기 이전까지는 그래도 히트곡을 통해 스타탄생을 알렸다. 장윤정(히트곡 '어머나')이 그랬고, 홍진영(히트곡 '사랑의 밧데리')도 그렇게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면서, 트롯 여신이 됐다.

본질적으로 가수에게 히트곡은 생명줄이다. 온 국민이 다 알고, 따라부르는 그 노래는 그 가수와 함께 이 나라 가요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다.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트로트 명곡이 탄생하려면, 지금은 먹고놀자식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히트곡과 창작곡으로 보자면, 9.5대 0.5에도 미치는 못하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격언이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가수들이 TV에 단골 출연하면서 갑자기 인지도가 높아지며, 고가의 출연료를 받으며 전국 행사를 뛰게 되니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멀리 내다봐야 한다. 그렇게 잠시 대중에 소비되다, 영원히 잊혀지는 가수가 되는 길을 자처하는 꼴이다.

"히트곡은 없어요", 방송사의 의도에 따라 그저 오락용으로 소비되는 국민 트로트 가수들. 출처=미스터 트롯2 포스터

◆'대중의 피로감' 익숙함이 어느덧 지루함으로

TV조선 '미스 & 미스터 트롯' 시리즈는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의 주역으로 코로나 이후 가장 성공한 대중음악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그동안의 적자를 다 털어내고, 흑자로 전환했다고 할 정도니 분명 대성공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이 나라 한(恨)의 정서를 담아낸 트로트를 거의 매일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온 국민의 안방으로 맛깔난 노래를 가져다 준 공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쉽게 하던대로 하면 대중은 금새 식상함을 느끼기 마련. 지금의 트로트 열풍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많을 뿐더러, 처음엔 신선함을 느끼며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졌던 젊은 시대들의 이탈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특정 스타 가수를 모셔놓고, 그 가수의 히트곡 가요제를 여는 형식도 이제는 별로 매력이 없는(기대할 것이 거의 없음) 포맷이다.

밤마다 안방으로 찾아가는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9.5대 0.5'(히트곡 VS 창작곡) 아니면 '10대 0'의 선곡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국민 히트곡은 잘 부르면서, 본인 노래 하나 없는 가수들도 이제는 본인 곡을 하나씩 들고 나와야 한다. 아니면 중간중간에 참신한 트로트 음반을 발표한 가수들의 무대를 끼워 넣어도 좋다.

트로트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방송사들도 자신들이 키운 트로트 가수들을 1회용으로 쓰고, 내팽개치는 소비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지양해야 한다.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이 양적으로는 충분히 팽창해 있다. 이제는 질적인 향상으로 나훈아, 남진, 이미자, 주현미 등이 남긴 주옥같은 명곡들을 이어갈 새 히트곡이 양산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