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진 독립큐레이터
2024년, 올해는 단어만 들어도 많은 스포츠 팬들을 두근거리게 하는 하계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경기가 열리는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유산 등을 반영한 캐릭터가 탄생해 대회의 정체성과 개최 지역의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홍보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올림픽 마스코트는 아마 1988년도 서울 올림픽의 호돌이와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수호랑일 것이다. 둘 다 우리나라의 신화나 옛이야기에서 종종 등장하는 동물인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보통의 올림픽 마스코트는 이렇게 동물과 사람을 모티브로 한다. 하지만 올해 파리 올림픽의 마스코트는 조금 색다르다. 바로 '모자'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이 빨간 모자 캐릭터인 '프리주(Phryge)'는 절대 왕정에 반대한 프랑스 대혁명 당시 시민군이 쓴 프리기아 모자에서 유래했다.
이 모자는 고대 프리기아(오늘날의 터키)에서 유래한 모자로 '자유의 모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 노예가 해방돼 자유를 얻게 되면 이 모자를 썼고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자신들의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사람들이 프리기아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이러한 의미가 유럽 문화권까지 확대되면서 '프리기아 모자=자유'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됐다. 심지어 이 모자는 프랑스의 국가 로고에도 들어가 있고, 미국 상원 의원 문장에도 그려져 있으며, 콜롬비아 국장 등에서도 이들의 해방과 자유에 대한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사실 이름만으로는 이 모자의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개구쟁이 스머프의 파파 스머프가 쓰고 있던 빨간 모자가 바로 이 프리기아 모자이고, 프랑스의 낭만주의 미술가인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대표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중심에 있는 여신이 쓴 붉은색 모자이다. 사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녀의 머리카락 색이 조금 붉은색이라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이 모자를 그녀가 쓰고 있기에 작품 속에서 그녀가 평범한 여인이 아닌 자유의 여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개와 정체성을 대표하기 위해 호랑이를 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했다면, 프랑스 역시 자국의 역사상 중요한 사건인 프랑스 혁명을 대표하며, 국가 유산인 작품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프리기아 모자를 마스코트로 내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프랑스라는 국가와 딱 맞아떨어질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웬 모자?'가 '아! 모자!'가 되는 순간이다.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 2024년 올림픽 마스코트와 같이, 파리 올림픽이 참가하는 모든 선수에게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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