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역 지하상가가 아트웨이?…14년째 이어진 미미한 존재감

입력 2024-03-11 18:00:45 수정 2024-03-11 21:49:43

2010년 개장 후 영어마을 등 시행착오, 3년 전 예술공간으로 정체성 확고히
'이동통로' 태생적·공간적 한계에 작품에 관심 갖는 이 드물어
자치예술촌 형태 운영 방안, 디지털 요소 가미한 작품 확대 등 제언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상가 내 조성된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상가 내 조성된 '대구 아트웨이'에 전시된 작품들 옆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아트웨이'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범어지하상가의 쓰임새를 놓고 고민이 10여년 째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이란 정체성을 굳혀 가고 있지만 주목도나 존재감이 미미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운영방식 개선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과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범어네거리 동편을 잇는 범어지하상가는 통로 양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업실, 미술품 상점, 체험관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지만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중 작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2010년 2월 완공된 이곳은 범어역 인근 주상복합건물 건설 과정에서 대구시에 기부채납된 시설이다. 영어마을, 글로벌 문화체험시설, 지역 예술가 지원시설 등 다양한 콘셉트가 시도됐지만 모두 금세 철수하거나 재편되기 일쑤였다. 입지 한계와 함께 운영 난맥상 등이 거듭된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지하상가에 마지막까지 남은 건 예술가들이었다. 지하상가에 조성된 '예술의 거리'는 지난 2012년 범어 아트스트리트, 2021년 아트랩 범어를 거쳐 지난해 대구 아트웨이로 명명됐다. 2010년대에는 다른 시설과 상가 공간을 나눠 썼지만, 2021년부터는 지하상가 대부분이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장소로 개편됐다.

다만 아직까지도 통행객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이다. 가끔 아트웨이를 지나간다는 60대 여성 임모 씨는 "통로 옆으로 예술품이 전시되는 건 알고 있지만 더 살펴보거나 들어가 볼 마음은 선뜻 생기지 않는다"며 "처음 오갈 때 보니 노년층 정서에 맞는 전시물을 찾기 어렵더라. (입주 예술가들이) 각각 무슨 활동을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서 이후론 빠르게 갈 길만 가는 편"이라고 했다.

이처럼 '유동인구는 꽤 있어도 이들이 실질적인 참여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식의 지적은 범어 지하상가의 거듭된 실패 속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지하철 역사가 있는 범어네거리 서편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입지상 단점,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인식되는 지하통로의 '태생적 한계'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지도 향상과 함께 '자치예술촌'으로 발돋움 하는 방향을 그리거나 전시 방식이나 주제를 보완해 이런 맹점을 극복할 것을 권하는 모습이다.

이재녕 대구남구문화원장은 "예술가들이 자치권을 보장받아 운영하고, 지자체나 진흥원은 예산 지원이나 시설 유지보수 정도의 보조적 위치에 머무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예술거리'를 운영하는 방식이나 시민들의 참여 수요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비책은 공공기관보다 예술가들이 더 잘 알 수밖에 없고 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끌어내자는 취지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평면적인 아날로그 전시 대신 디지털적 요소를 가미해 눈길을 끌거나, 전시 콘셉트 역시 자주 는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정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문예진흥원은 이같은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위수탁 지침과 부합하는 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진흥원 관계자는 "대구시민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입구에 대구 아트웨이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조형물 설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상가 내 조성된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상가 내 조성된 '대구 아트웨이' 전경.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