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본질은 '안전' 잊지말아야

입력 2024-02-20 17:58:32 수정 2024-02-20 19:04:45

경제부 김우정 기자
경제부 김우정 기자

"사업장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근로자 그 누구의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됩니다. 결국, 본질은 안전한 사업장에서 근로자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업주와 근로자 간) 갈라치기가 돼서는 안됩니다."

최근 신년 간담회 등에서 만난 지역 경영인들은 새해 기대감보다도 중대재해처벌법 이슈와 관련해 한숨을 짓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 10명이 채 안 되는 영세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불의의 사고 한번이면 평생 일궈놓은 사업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란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전국 중소규모 사업장 83만7천 곳에 대한 산업안전 대진단도 진행되고 있다. 중처법은 중대재해 발생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은 꾸준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처법 유예를 촉구해왔지만, 정치권의 사정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9일 총선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중소건설단체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등 협·단체는 수도권을 비롯한 광주와 부산 등 영·호남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광주에 집결한 기업인 5천여명은 '준비기간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무리한 법 시행으로 현장의 혼선을 주고 영세기업인을 예비 범법자로 만들지 말아달라는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현장 애로 발언을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는 "사업주만 처벌하면 근로자가 더욱 안전해지는 것처럼 호도하며 사업주를 냉혈한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영세 중소건설기업에서 안전관리자를 양성하려면 일정 수준의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50여 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한 기업인 역시 "안전관리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인데다 수도 부족하다. 안전관리자를 필요로하는 영세 기업은 80만 곳인데 전국적으로 안전관리자는 1천 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안다. 영세 기업 입장에서 너무 짧았던 준비기간을 좀 더 달라는 것인데 답답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기업인 입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한편, 시민·노동자단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을 제대로 세워야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중처법을 두고 각계각층의 불만과 호소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 법 시행 '본질'이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처법 사업주 처벌 조항에만 이목이 쏠리면서 정작 안전 예방과 사후 관리 등에 대한 논점은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다는 것.

대구 지역 한 경영인은 중처법을 두고 "지금의 법은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과 똑같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고자 만든 법의 본질은 점점 사라지고 서로 간 반목만 키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사업주와 근로자 그 누구도 일터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해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하지만 '안전사고 예방'이 최우선이 되어야 함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나아가 진정 산업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되도록 모두가 중처법 시행 의 '본질'에 집중해보아야 할 것이다.